朴康文코너-징벌이 될 수 없는 납세와 국방의무

朴康文코너-징벌이 될 수 없는 납세와 국방의무

박강문 기자 기자
입력 1999-02-05 00:00
수정 1999-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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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의무인,세금 내는 일과 젊은 남자 군대 가는 일이,징벌일 수 있는가.우리는 꽤 긴 세월 그렇게 여길 만한 일을 보면서 살았다. 국민이 세금을 내는 것은 마땅한 일이고,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기업이있다면 세무조사를 해서 세금을 거두는 것도 마땅한 일이다.그런데,세무조사가 마치 징벌처럼 되어,기업에 경각심을 줄 때는,이렇게저렇게 하지 않으면세무조사를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효과가 컸다. 검사들이 처신을 제대로 못해서 한 변호사의 입놀림에 목의 안부가 달리고,관련 검사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찰 총수 물러나라는 항명 소동이 일어나다가,역사상 처음으로 검사들의 연판장까지 나오게 된 요즘,일이 이렇게까지 커진 것은 언론이 지나치게 헤집고 떠들었기 때문이라는 불평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그런 가운데 전국검사회의에서 “국세청 세무조사처럼 언론을 견제할 만한 대책을 가져야 한다”고 한 어느 검사의 말은 놀랍다. 그 말을 들으니,국세청 세무조사가 검찰이 부러워할 만큼 무섭기는 무서운것인가 보다.그것이 보복방법으로 여겨져 왔다는 것도,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관리가 있다는 것도,이 말에서 확인된다.납세 의무를 징벌처럼 보는 데서 나올 수 있는 말이다. 국방 의무 수행은 목숨을 거는 것이다.의무를 다한 사람은 그에 값할 만한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있었다. 1970년에 제대하고 직장에 들어갔더니,군대 갔다 오지 않고 들어간 동년배보다 한참 처진 뒷줄이었다.속이 끓었다.술집에서 한 친구와 잔을 기울이면서,군 시절 임진강변의 각다귀 같은 여름 모기와 뺨을 에는 겨울 칼바람이새삼 생각나 그 분통한 마음을 털어 놓았는데,친구 말이 이랬다.“군대 가는 사람이 바보지.세상살이도 요령이야,임마” “그래,난 바보다.나 같은 바보들이 이 나라 지킨 거다,이 뻔뻔아.” 군대갔다 오지 않은 친구를 앞에 놓고 불평하는 내가 바보는 바보였다.내가 그뒤에 할 수 있었던 것은 선거권을 행사할 때 군대 갔다 오지 않은 후보에게는 표를 주지 않는 것이었다.또 하나 할 수 있는 것은 성한 몸이면서도 군대 다녀오지 않은 젊은이를 사윗감에서 제외하는것이다(딸이 동의한다면). 1950년에 일어난 전쟁 때 지도층 자제가 전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그 자제들은 난리중에 나라 바깥에 공부하러 갔다가 난리가 끝난 뒤돌아 와서 조국 재건에 진력했거나,그렇지 않으면 대개 몸이 약해서 포연과총탄에서 먼 거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뒤 정치적으로 험한 세상이 되면서 시위 주동 학생들이 붙잡혀 징집돼갔다.병역 의무를 징벌로 쓴 것이다.이 청년들 가운데 더러는 군복무중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최근 국방부가 조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대통령선거 기간에,고위 관리와 국회의원들 가운데 군에 갔다 오지 않은 사람들이 많고,부자들 자녀 역시 그렇다는 것이 숫자로 드러난 것을 보고는,세상은 여전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납세와 병역이 바보나 떠 안는 짐이거나 미운 대상에게 내리는 벌로 여겨져서는 안된다.내라는 세금 내고,군대 가야 할 때 갔다 온 사람,나라를 지키고떠받치는 것은 이 사람들이다.

1999-02-0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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