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문화를 여는 사람-임헌정 부천시립교향악단 지휘자

‘99문화를 여는 사람-임헌정 부천시립교향악단 지휘자

강선임 기자 기자
입력 1999-01-20 00:00
수정 1999-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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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성과 대중화는 모든 예술에서 제 짝찾기가 아주 어려운 양쪽 바퀴다.예술성만 지향하다보면 대중과 유리되기 쉽고 그 반대는 저급화할 우려가 있다.두 덕목이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예술의 바퀴는 힘차게 굴러가지만 경제적 잣대가 힘이 센 지금 상업주의의 비탈로 내달릴 가능성이 크다. 10년째 부천 시립교향악단 지휘를 맡고있는 임헌정 교수(47·서울대)의 첫마디는 ‘균형’이었다.여기에는 IMF 한파로 공연계가 위축되면서 지나치게상업주의로 흘러 예술성이 떨어지는 작품들이 양산됐다는 걱정스러움이 짙게 배어있다. “좋은 공연은 관객들이 먼저 알고 찾아옵니다.표가 안팔리는 것은 음악가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최근들어 한층 야멸차게 경제논리를 적용,표가 매진됐느냐 아니냐로 일거에 작품성을 평가해 버린다며 아쉬워했다. 임교수가 대중화를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다만 예술가들이 균형감각을 지키려고 애쓸 때 일반 대중이 즐길수 있는 문화와 소수 정통 팬들을 위한고급문화가 공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어 정부의 지원을 거론할 법도 하지만 그는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지원이아무리 많아도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려는 생산자들의 노력이 수반되지않으면 여전히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했다.문화 생산자들의 의식과 경제적인 지원이 함께 어우러질 때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향악단을 이끌어가는 선장으로서 당장의 아쉬움도 많다.좋은 연주를 들려주는 것은 음악가들의 의무이지만 능력있는 사람은 그만큼 대우를 받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이는 대부분 교향악단이 여성들로 이뤄져있다는 점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다.남자단원들은 기회만 있으면 떠난다.악단 활동에만 전념해서는 생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좋은 연주자들이 음악활동에만 전념해도 생활이 될 정도로 대폭적인 지원과 사회적 지위도 높아져야 한다고 임교수는 힘주어 말한다.노력하는 사람은 그만큼 대우를 해주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교수는 오는 4월 괴테탄생 250주년 기념작품 준비에 여념이 없다.그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꾸준히 노력하는자만이 얻을수 있다’는 괴테의 작품이 주는 의미가 20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함이 없어서다.11월에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임교수는 ‘한 나라가 혼란스러운 것은 그 나라 음악이 조화롭지 못하기 때문이다’는 중국 고사에 느낀 바가 많다.21세기에는 음악의 역할이 지금보다훨씬 커질 것을 그는 확신하고 있다.

1999-01-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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