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튀지 않는 시간들

굄돌-튀지 않는 시간들

문호근 기자 기자
입력 1999-01-12 00:00
수정 1999-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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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중계는 항상 공을 따라 움직인다.공을 따라 맹렬하게 질주하는 선수들,떨어져 내리는 공을 머리로 받아 내기 위해 몸을 부딪치며 치솟아 오르는선수들,굴러가는 공을 서로 뺏으려고 몸싸움하는 선수들... 축구 선수의 애인이 경기장을 찾았다고 해 보자.그 여인은 공이 어디로 튀든 자기 애인의 모습만을 지켜 본다고 해 보자.그러면 축구에 대한 매우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축구 선수는 때로는 슬슬 걷기도 하고,때로는 가만히 서서 숨을 고르고 있을 것이다.공을 향해 힘차게 달리고 있을 때는의외로 적을 것이다. 예술의 전당이 소장하고 있는 무용 공연의 사진은 수천 장이 된다.그 사진들을 쭉 훑어본 적이 있다.가장 멋진 장면,가장 어려운 기교를 구사하는 순간을 잡은 사진들을 골라서 모아 놓으면 무용은 언제나 그렇게 ‘어려운’몸짓으로만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축구 선수가 가만히 서 있을 때라도 그의 마음은 항상 공의 움직임에 따라긴장되어 있듯이,무용수의 몸이 ‘평범한’ 모습일 때도 무언가 감정을 담고 있다. 춤은 사람의 몸이 자연스러운 모습일 때도 어떤 표정을 담고 있다는 것을알게 해준다.거기서 출발해서 더 힘찬 모습으로,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람의 몸이 변할 수 있고,그랬을 때 사람의 몸이 얼마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것인지를 감동적으로 일깨워 주는 것이 춤이다. 무슨 일이든 안 그럴까? ‘튀는 순간’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튀는 순간과 튀지 않는 시간들이 사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튀지 않는 시간들’이알차게 채워질 때 ‘튀는 순간’이 터져 나온다.아니,튀려는 욕심을 처음부터 갖고 있지 말아야 정말 튀는 순간이 창조되는 것은 아닐까?

1999-01-1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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