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씨 선문답 모티브로 한 우화집 ‘달마의 침묵’

최승호씨 선문답 모티브로 한 우화집 ‘달마의 침묵’

입력 1998-12-10 00:00
수정 1998-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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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각으로 풀어쓴 성현들 사상

우리 시에서 정신주의를 이야기할 때 최승호의 시를 빼면 그 논의의 부피가 작아진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시인 최승호(45).초기의 그는 주로 도시문명의 비정함을 딱딱한 광물성의 이미지로,혹은 그로테스크한 정황묘사로 드러내곤 했다.

그러나 다섯번째 시집 ‘회저의 밤’을 내면서부터 그의 시에는 슬몃 도저한 정신주의가 배어들기 시작했다.불교나 도가의 절대적 무(無), 무지의 지(知), ‘무분별의 분별’의 깨달음 같은 것들이 시적 사유의 골간를 이루게 된 것이다.

선(禪)의 세계에 천착해온 최승호씨가 선사들의 선문답을 모티브로 한 시형식의 우화집 ‘달마의 침묵’(열림원)을 내놓았다.‘선에 관한 노트’라고 할 이 작품에서 시인은 특유의 시각으로 성현들의 사상을 풀어쓴다.

“친절한 가르침은 가래침 같다.가래침을 뱉듯이 가르친다.아무 것도 받아 먹을 수 없도록”(‘가래침’에서)

이 우화는 최씨가 중국 선종의 시조 달마대사의 법문에 기대어 쓴 것이다.달마대사는 ‘나의 법은 마음으로써마음에 전할뿐 문자를 세우지 않는다’고 설파했다.불립문자(不立文字)인 셈이다.

이 불립문자에 대해 최씨는 “불립문자는 시를 쓰는 나에게 죽음이고 침묵이며 결국 실직을 의미한다”면서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 것을 잡아낼 수 있는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그 경지의 자유로움을 부러워 한다. 선사들의 불립문자세계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려는 시인의 노력은 시지푸스의 영겁의 형벌에 견줄만하다.매일 밤 화두를 붙안았다가 ‘상기(上氣,기가 머리쪽으로 모여 통증이 나타나는 현상)의 분화구’라는 선병(禪病)을 앓기도 했던 시인.승(僧)도 속(俗)도 아닌 그의 이 노트에는 선문(禪門)에 들고자 하는 한 시인의 정신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인은 말한다.“시와 불가의 길은 나에게 둘이면서 하나다” 결국 그가 품고 있는 꿈의 궁극은 시의 길과 도(道)의 길이 하나가 되는 그런 경지가 아닐까.<金鍾冕>
1998-12-1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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