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기준 세밀화로 국민적 공감대 확보를/개인의 인권침해 없게 판정과정 투명해야
현대인들에게는 낯설게 들릴지 모르지만,의사가 인간의 출생과 죽음에 관여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근대 이전까지 대체로 출산은 가정과 마을의 일이었고 여성들만의 문제였다.그러던 것이 오늘날에는 으레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아기를 출산하게 되었다.
인간의 죽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전근대 사회에서는 살아있는 동안 환자나 노인을 진료하는 것은 주로 의사의 몫이었지만 막상 죽음에 임박해서는 의사 대신 성직자가 주도적인 구실을 했다.지금도 임종시에 성직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의사들도 죽는 과정에 크게 관여하게 됐다.
의사의 사망진단서가 있어야만 ‘법적’으로 사망하게 되는 것이다.더 나아가 의사들이 죽음에 대한 새로운 판정 기준,즉 ‘뇌사’를 제시하게까지 됐다.
오랜동안 인류는 심장 기능의 정지,즉 ‘심장사’를 죽음의 기준으로 여겨왔다.일반인들에게는 (흔히 쓰는 말은 아니지만) ‘호흡사’,즉 호흡의 정지가 더 낯익을 터이다.우리말로 죽음을 뜻하는 일상적인 표현이 “숨이 멈췄다” “숨이 넘어갔다” “숨졌다”라는 사실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그런데 몇십년 전부터 뇌 기능의 완전한 정지를 뜻하는 뇌사가 새로운 죽음의 기준으로 등장했다.몇해 전부터 ‘사실상’ 뇌사를 인정하던 우리나라도 미국 영국 일본 등에 이어 세계에서 열몇번째로 뇌사를 법제화하게 됐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혼동하는 것과는 달리 뇌사는 숨골 등 뇌간이 살아 있는 ‘식물인간 상태’와는 엄연히 다르다.의학적으로 분명한 죽음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심장사와 마찬가지로 뇌사한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없다.뇌사는 곧,길어야 보름 안에 심장사로 연결된다.뇌사 인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뇌사와 심장사 사이의 짧은 기간이 의학적으로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뇌사를 합법화함으로써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을 수 있게 되며 이식용 장기를 얻을 수 있는 등의 장점이 많다고 여긴다.
뇌사를 합법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그러나 몇가지중요한 문제를 소홀히해서는 안된다.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대체로 신중한 것이지만,국회 입법과정에서 더욱 다듬어져야 한다.
우선 죽음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물론 이 법안은 뇌사를 죽음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자는 것이 아니다.심장사에 대한 보조적인 기준,또 특수한 경우에 적용할 것을 상정하고 있지만 뇌사를 생소한 것으로 여기는 국민 정서를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뇌사와 심장사를 함께 인정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문제점도 충분히 다루어져야 하겠다.
입법과 시행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뇌사자’의 인권이다.뇌사 판정 과정이 투명하고 신중하고 엄격해야 할 것이다.뇌사의 판정에는 심장사와 달리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데,그만큼 오류의 가능성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뇌사 인정의 배경에는 법안에 잘 나타나 있듯이 이식용 장기 적출이라는 ‘공리적’ 목적이 들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데,그 문제와 관련한 ‘뇌사자’의 의사와권리가 충분히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죽은 사람의 장기로 다른 생명을 구하는 것도 값진 일이지만,그 죽은 사람의 인권과 의견도 못지않게 소중하기 때문이다.“어차피 죽은 사람” 식의 생각은 뇌사 인정의 장점을 송두리째 앗아갈 것이다.
현대인들에게는 낯설게 들릴지 모르지만,의사가 인간의 출생과 죽음에 관여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근대 이전까지 대체로 출산은 가정과 마을의 일이었고 여성들만의 문제였다.그러던 것이 오늘날에는 으레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아기를 출산하게 되었다.
인간의 죽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전근대 사회에서는 살아있는 동안 환자나 노인을 진료하는 것은 주로 의사의 몫이었지만 막상 죽음에 임박해서는 의사 대신 성직자가 주도적인 구실을 했다.지금도 임종시에 성직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의사들도 죽는 과정에 크게 관여하게 됐다.
의사의 사망진단서가 있어야만 ‘법적’으로 사망하게 되는 것이다.더 나아가 의사들이 죽음에 대한 새로운 판정 기준,즉 ‘뇌사’를 제시하게까지 됐다.
오랜동안 인류는 심장 기능의 정지,즉 ‘심장사’를 죽음의 기준으로 여겨왔다.일반인들에게는 (흔히 쓰는 말은 아니지만) ‘호흡사’,즉 호흡의 정지가 더 낯익을 터이다.우리말로 죽음을 뜻하는 일상적인 표현이 “숨이 멈췄다” “숨이 넘어갔다” “숨졌다”라는 사실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그런데 몇십년 전부터 뇌 기능의 완전한 정지를 뜻하는 뇌사가 새로운 죽음의 기준으로 등장했다.몇해 전부터 ‘사실상’ 뇌사를 인정하던 우리나라도 미국 영국 일본 등에 이어 세계에서 열몇번째로 뇌사를 법제화하게 됐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혼동하는 것과는 달리 뇌사는 숨골 등 뇌간이 살아 있는 ‘식물인간 상태’와는 엄연히 다르다.의학적으로 분명한 죽음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심장사와 마찬가지로 뇌사한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없다.뇌사는 곧,길어야 보름 안에 심장사로 연결된다.뇌사 인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뇌사와 심장사 사이의 짧은 기간이 의학적으로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뇌사를 합법화함으로써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을 수 있게 되며 이식용 장기를 얻을 수 있는 등의 장점이 많다고 여긴다.
뇌사를 합법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그러나 몇가지중요한 문제를 소홀히해서는 안된다.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대체로 신중한 것이지만,국회 입법과정에서 더욱 다듬어져야 한다.
우선 죽음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물론 이 법안은 뇌사를 죽음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자는 것이 아니다.심장사에 대한 보조적인 기준,또 특수한 경우에 적용할 것을 상정하고 있지만 뇌사를 생소한 것으로 여기는 국민 정서를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뇌사와 심장사를 함께 인정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문제점도 충분히 다루어져야 하겠다.
입법과 시행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뇌사자’의 인권이다.뇌사 판정 과정이 투명하고 신중하고 엄격해야 할 것이다.뇌사의 판정에는 심장사와 달리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데,그만큼 오류의 가능성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뇌사 인정의 배경에는 법안에 잘 나타나 있듯이 이식용 장기 적출이라는 ‘공리적’ 목적이 들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데,그 문제와 관련한 ‘뇌사자’의 의사와권리가 충분히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죽은 사람의 장기로 다른 생명을 구하는 것도 값진 일이지만,그 죽은 사람의 인권과 의견도 못지않게 소중하기 때문이다.“어차피 죽은 사람” 식의 생각은 뇌사 인정의 장점을 송두리째 앗아갈 것이다.
1998-12-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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