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지하시설 투명해야(사설)

북,지하시설 투명해야(사설)

입력 1998-11-14 00:00
수정 1998-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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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시설로 의심받고 있는 북한 영변 인근 지하시설의 사찰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입장이 점점 경직되고 있어 자칫 제네바 핵합의가 깨질까 우려된다.

북한은 지난 9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하시설에 대한 미국측의 사찰은 중상모략이며 난폭한 내정간섭이라면서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강변까지 했다.

북한의 이같은 입장은 지난 8월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미국측의 지하시설 사찰요구에 대해 ‘민수용 시설이며 보여줄 수 있으나 핵시설이 아닐경우 북의 권위를 실추시킨 데 대한 보상을 요구’한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지하시설 사찰에 대한 북한의 강경입장 표명은 16일부터 예정된 찰스 카트먼 미 핵대사의 방북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사찰거부 움직임에 대해 미국은 11일 북한 지하시설에 대한 사찰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제네바 핵협정’을 파기할 수도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하고 나섰다. 영변 지하시설이 핵시설이라는 상당한 증거를 가지고 있으므로 북한은 ‘제네바 핵협정’에 따라 당연히 사찰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불응할 경우 미국도 핵협정 준수의무를 포기할 권리가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핵파기는 물론 대북경제제재 완화,그리고 식량원조등도 무산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미국의 대북 강경 메시지의 의미도 카트먼특사의 방북협상에서 북한측의 사찰수용을 유도하는 가시적 성과를 얻기 위한 사전포석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클린턴 행정부로서는 북한 지하핵시설 의혹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공화당의 거센 반발로 대북정책의 수정이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 의회는 내년도 대북 중유지원예산 3,500만달러를 승인하면서 지하핵시설 의혹 해소및 미사일 수출금지 약속과 연계시켜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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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것은 북한 지하시설의 핵 관련여부는 반드시 확인돼야 한다는 점이다. 설령 북한의 주장대로 지하시설이 군사시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북·미 핵합의 정신에 따라 사찰은 수용해야 한다. 제네바 핵 합의는 북한 핵활동즉각 동결,관련시설 해체,일정시점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안전조치의무 전면이행 조건으로 북한에 경수로 2기와 중유를 공급하기로 한만큼 북한 지하시설의 사찰은 당연한 조치다. 북한은 북·미 핵합의 이후에도 IAEA의 정규 및 특별사찰을 8차례나 기피한 사실이 있는만큼 이번에는 사찰에 응해서 지하시설의 투명성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1998-11-1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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