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건국 국민운동 토론회

제2건국 국민운동 토론회

입력 1998-08-22 00:00
수정 1998-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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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시민·사회·여성·종교단체들의 모임인 한국시민단체협의회는 21일 상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2의 건국 국민운동 어떻게 돼야 하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갖고 정부가 제창한 ‘제2건국 국민운동’과 관련,시민운동의 올바른 역할과 운동방향을 모색했다.韓相震 교수와 徐京錫 한국시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의 주제 발제문을 요약한다.

◎제2건국을 위한 국민운동 과제/정부기구와 기능적 연대 중요/韓相震 교수·서울대 사회학·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50년만의 정권교체로 金大中정부가 등장한 것은 제도권 안에서 개혁의 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하지만 지난 50년간 누적된 기득권의 구조가 견고하고 변화에 저항하는 타성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국민운동 또는 시민운동의 자극과 압력없이 정부의 노력만으로 개혁에서 성공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제2의 건국에 있어 시민사회와 국민 개개인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시민사회에서는 그동안 도덕성과 전문성,비판성이 꾸준히 성장해 왔기 때문에이런 잠재력을 어떻게 발굴해 조직화하고,제도권에 활력과 생명을 불어넣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정부가 시민운동을 조직하려 들면 순수성과 자율성을 생명으로 삼는 시민운동은 이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다.그렇다고 정부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국민의 동참을 요구할 수도 없다.그래서 시민운동을 다루는 데는 세련된 감수성과 자세가 요구된다.

정부의 구상대로 많은 시민운동 단체들을 하나의 일사분란한 네트워크식 조직으로 묶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고 또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일에 따라 여러 단체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느슨한 형태의 운동연합체가 보다 자연스럽다.인권문제를 다루는 ‘한국 인권운동 연합’이나 100개 이상의 종교·시민·직능단체가 참여한 ‘경제살리기 범국민운동’은 좋은 보기이다.

○국정 참여 길 열려야

정부는 시민운동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정비하면서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그러면서도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순수성이 보장돼야 된다.그 기초위에서 시민운동의 중추부를 구성,다양한 운동세력이 횡적으로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대체로 우리나라 시민운동은 중추부가 잘 발달돼 있지만 조직기반이 약해 실행력이 부족하다.반면 관변단체는 실행부의 성격이 강하다.국민운동은 이런 양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중추부와 실행부가 조화된 모습으로 진행돼야 한다.

실행부의 기능도 다양하게 분산돼야 한다.시민운동 단체들이 유사한 목적을 추구하는 정부 개혁기구에 참여해 기능적으로 연대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교육에 관심을 갖는 단체는 ‘새교육공동체 위원회’를 매개로,인권에 관심이 있다면 ‘국가 인권위원회’에 참여해 인권신장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식이다.

시민운동 대표나 전문가는 제도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그래야만 정부에 비판적 견제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시민사회 대표가 정부부서의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넓게 열려 있어야 한다.

○시민기금형식 정부 지원을

정부가 할 일은 법적·제도적 설계와 함께 경제적 지원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이 경우에도 심사숙고를 해야할 점은 있다.정부기구가 직접 지원금이나 보조금을 주는 방식은 부작용과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돈은 항상 통제의 수단이 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정부가 돈을 통해 단체를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는 장치가 필요하다.이것은 마치 정부출자 연구소에 대해 관련 부처의 간섭이 많아 쓰여진 돈에 비해 연구 성과가 별로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런 부작용을 피하려면 국민의 헌금,정부의 출자,기업의 자발적 기여 등을 모아 ‘시민기금’과 같은 것을 마련하는 것도 좋다.헌금이나 기여에 세제혜택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제2건국 국민운동과 시민운동/민간 자발성·주체성 보장돼야/徐京錫 한국시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

IMF 위기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사회전반을 개혁해야 하는 문제는 생존차원의 절박한 과제이다.이 시점에서 정부가 제2의 건국의 각오로 개혁에 나서면서 국민의 동참을 호소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시민운동을 관변기구화 하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의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민단체가 개혁을 위한 국민운동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시민운동은 오래 전부터 시민운동세력을 개혁의 파트너로 삼아 강력한 개혁주체 세력을 형성할 것을 정부에 촉구해 왔다.이런 점에서 시민운동은 이미 ‘준비된’ 개혁 주체세력인 것이다.

○관주도 단일기구화 위험

정부가 시민운동을 개혁의 파트너로 동참시키려면 정권에 대한 지지와 개혁에 대한 지지를 구분해야 한다.선거에서 국민회의를 지지했든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상관없이 개혁을 통해 IMF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개혁 주체세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활짝 열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제2의 건국’이라는 슬로건이 全斗煥정권의 ‘정의사회’나 金泳三정권의 ‘신한국’처럼 ‘통치 슬로건’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노력 해야한다.오해를 없애기 위해 ‘나라살리기’ 등의 이름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정부가 나서 의식개혁을 총괄하는 국민운동기구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도 부적절하다.역대 정부는사회 각계를 하나의 단일한 국민운동기구로 묶는 일을 즐겨왔다.자발적인 국민운동기구로서의 기능보다는 프로젝트를 받아 예산을 나눠주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또 조직 구성이 끼워맞추기식이다보니 민간의 자발성이 생기지 못하고 정부의 외곽조직에 그치고 만 것이다.하나의 단일한 기구를 출범시키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수가 적어져 운동은 약해지기 마련이다.

이와는 반대로 성공적인 사회운동을 펼친 기구들에서는 민간의 자발성과 주체성이 철저히 보장됐다.민간운동이 전적으로 자기 책임 하에서 다른 단체와 성과를 놓고 경쟁을 하다보면 운동이 활성화될 수 밖에 없다.모든 운동,단체들이 다 스스로 의식개혁운동의 주인이라고 생각해야 운동이 봇물 터지듯 터져나오게 된다.북한동포돕기운동이나 금모으기 운동 등이 이에 속한다.

정부는 여기에 개혁의 강력한 엔진 역할을 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다수의 민간인이 포함된 개혁추진기구가 발족돼야 한다.그리고 필요하다면 이러한 개혁추진기구와 호흡을맞출 수 있는 진용으로 청와대 비서실을 재정비해야 한다.개혁의 노력이 부처이기주의에 부딪혀 좌절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직속기구 발족을

공무원의 의식개혁도 필요하다.공무원사회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공무원 집단의 권위주의,관료주의,적당주의,형식주의,무사안일주의,부처이기주의가 개혁을 좌절시켜 온 것이 사실이다.공직사회가 변화하지 않으면 국민은 개혁운동에 동참하지 않는다.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일차적으로 공직사회의 개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 시민사회운동 담당 전문부처를 신설해 시민단체가 정부를 상대하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이번 국회 회기 중에 시민사회 발전기본법을 통과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기부금품모금 규제법 등 낡은 악법을 개폐해 시민사회가 자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정리=李志運 기자 jj@seoul.co.kr>
1998-08-2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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