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상훈과 李殷九씨의 ‘붓과 15년’

행자부 상훈과 李殷九씨의 ‘붓과 15년’

주병철 기자 기자
입력 1998-07-28 00:00
수정 1998-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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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담긴 글씨 PC론 할수없지요”

전자 정부를 추진하는 정부 세종로 청사에 컴퓨터를 부팅하는 대신 벼루와 먹을 가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공무원이 있다.행정자치부 의정국 상훈과의 李殷九 기록담당(56·5급 상당).대통령이 수여하는 훈·포장증과 대통령 및 국무총리 표창장 등을 붓글씨로 쓰는 게 李씨의 일이다.

李씨는 83년부터 15년째 이 일을 맡고 있다.한 해에 8,000여장 안팎의 훈·포장 증서를 쓴다.건국훈장 대한민국장 등 훈장 이름과 포장이름,공적내용,수여권자인 대통령과 국무총리 이름과 수여날짜 등을 모두 기록한다.훈·포장증에 적는 글씨는 모두 한글.중국인을 제외하고는 주한 외국대사 등 외국인 이름도 한글로 표기한다.지난 5·6월에는 퇴직 공무원들이 8,000여명에 이르러 이름을 적는 데만 한달이 걸렸다.

“全斗煥 盧泰愚 金泳三 전 대통령 이름을 많이 썼다”는 李씨는 지난 2월 25일 金大中 대통령 취임식 때 金대통령과 李姬鎬 여사에게 수여되는 무궁화대훈장증을 만들 때 수십번 글씨 쓰는 연습을 했었다.50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룬 대통령의 이름을 적는다는 심적 부담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정작 본인의 이름은 한번도 써본 적이 없는 李씨는 “글씨는 최소한 20년 정도는 써야 남 앞에 내놓을 수 있다”면서 “능률로 보면 PC가 제격이나 훈·포장의 품위 등을 감안하면 숭고한 아름다움이 결집된 글씨로 쓰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朴賢甲 기자 eagleduo@seoul.co.kr>

1998-07-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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