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이렇게 높여라”/생활문화 활성화 모색/日 足利市 등 외국 개발사례 소개/전통문화와 ‘현대’ 접합방안 제시
“지금까지의 문화행정은 문화재 보호나 예술진흥을 중심으로 한 좁은 의미의 정책개념에 머물러 온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이제는 삶의 질을 높이는 일,즉 생활문화라는 영역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지방행정이나 정책의 분야는 물론 사회과학의 영역에 속하지만 그것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인문학적 발상 없이는 이룰 수 없다” 서울대 미학과 김문환 교수(한국문화정책개발원 원장)가 지방자치 시대 지역문화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 시론서(試論書) ‘지역문화발전론’(문예출판사)을 펴냈다.
김교수가 이 책에서 특히 강조하는 것은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지역문화, 시민운동으로서의 지역문화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특성을 살려 경쟁력 있는 문화예술을 특화·발전시키고 정보화시대에 맞는 도시문화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외국의 다양한 지역문화 개발 사례,특히 일본의 지역문화정책을 깊이 있게 살핀다. 일본의 아시카가시(足利市)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아시카가의 공자묘를 고리로 중국 제령시와 자매도시 교류를 하고 있다. 이것은 곧바로 문화적 뿌리에 대한 교육으로 이어진다. 또 시모다시(下田市)에서는 페리제독과 흑선의 내항지라는 역사적·지리적 특성에 착안해 미국의 뉴포드시와 자매도시 관계를 맺어 흑선축제 등의 이벤트로 지역문화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경쟁력 있는 지역문화환경을 만드는 데 제1조건은 독창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밭 한가운데 세워진 바흐 홀로 유명한 미야키(宮城)현 나카싱덴죠(中新田町)가 그 좋은 예다. 이 바흐 홀은 농촌으로 세계일류의 음악가들을 불러 들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를 통해 지역을 재발견하고 문화발전과 함께 지역의 산업진흥도 꾀한다. 이밖에 인구의 과소화라는 문제를 안고 있던 나가노현 기소후쿠시마(木會福島)가 국제음악제로 소생했고,도야마현 도카무라(利賀村)도 국제연극촌 만들기로 마을을 일으켜 세우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와 관련해이 책은 부천시의 지역문화 특화방안을 제시한다. 부천에서 가장 먼저 현대화의 물결을 수용한 곳은 소사동이다. 김교수는 이 소사에 철도건설 자료 등 역사문물을 전시할 수 있는 시립박물관을 세우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한다. 이곳에서 복사골예술제가 열리지만 복사꽃이 살아 있는 현장은 없다는 게 그의 지적.
수원의 딸기,안양의 포도와 함께 경기삼미(三味)중 하나로 손꼽히던 소사의 복숭아를 되살리는 정책이 문화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부천시는 궁시장(弓矢匠),줄타기,장말도당굿 등 국가가 지정한 중요 무형문화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김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전통예능과 현대적인 교예(巧藝)와의 접합을 시도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북한에서 종전의 서커스를 대신해 만들어낸 ‘교예’는 그들이 중시하는 민중성 원리를 잘 드러내고 있는 예술로,이같은 접목 시도는 통일문화 형성에도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지역문화의 발전과 관련,민족문화유산에 대한 교육을 중시한다. 그가 참고로 삼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텔 아비브 대학의 디아스포라 박물관. ‘디아스포라’란 흩어진 백성이란 뜻으로 유대민족의 오랜 유랑생활과 고난의 역사,그리고 세계 문화와의 접변 등을 내포하는 개념이다. 야외교육과 박물관 탐방교육으로 실효를 거두고 있는 이곳은 세계 140개국에 걸쳐 500여만명의 해외동포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특히 본받을 만한 시설이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이제 제2기를 맞았다. 그렇지만 문화분야에서는 아직도 지방자치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김교수는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는 ‘정치’와 무관하지 않되 ‘생활정치’ 즉 시민들의 삶의 질을 돌보는 정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金鍾冕 기자 jmkim@seoul.co.kr>
“지금까지의 문화행정은 문화재 보호나 예술진흥을 중심으로 한 좁은 의미의 정책개념에 머물러 온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이제는 삶의 질을 높이는 일,즉 생활문화라는 영역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지방행정이나 정책의 분야는 물론 사회과학의 영역에 속하지만 그것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인문학적 발상 없이는 이룰 수 없다” 서울대 미학과 김문환 교수(한국문화정책개발원 원장)가 지방자치 시대 지역문화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 시론서(試論書) ‘지역문화발전론’(문예출판사)을 펴냈다.
김교수가 이 책에서 특히 강조하는 것은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지역문화, 시민운동으로서의 지역문화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특성을 살려 경쟁력 있는 문화예술을 특화·발전시키고 정보화시대에 맞는 도시문화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외국의 다양한 지역문화 개발 사례,특히 일본의 지역문화정책을 깊이 있게 살핀다. 일본의 아시카가시(足利市)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아시카가의 공자묘를 고리로 중국 제령시와 자매도시 교류를 하고 있다. 이것은 곧바로 문화적 뿌리에 대한 교육으로 이어진다. 또 시모다시(下田市)에서는 페리제독과 흑선의 내항지라는 역사적·지리적 특성에 착안해 미국의 뉴포드시와 자매도시 관계를 맺어 흑선축제 등의 이벤트로 지역문화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경쟁력 있는 지역문화환경을 만드는 데 제1조건은 독창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밭 한가운데 세워진 바흐 홀로 유명한 미야키(宮城)현 나카싱덴죠(中新田町)가 그 좋은 예다. 이 바흐 홀은 농촌으로 세계일류의 음악가들을 불러 들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를 통해 지역을 재발견하고 문화발전과 함께 지역의 산업진흥도 꾀한다. 이밖에 인구의 과소화라는 문제를 안고 있던 나가노현 기소후쿠시마(木會福島)가 국제음악제로 소생했고,도야마현 도카무라(利賀村)도 국제연극촌 만들기로 마을을 일으켜 세우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와 관련해이 책은 부천시의 지역문화 특화방안을 제시한다. 부천에서 가장 먼저 현대화의 물결을 수용한 곳은 소사동이다. 김교수는 이 소사에 철도건설 자료 등 역사문물을 전시할 수 있는 시립박물관을 세우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한다. 이곳에서 복사골예술제가 열리지만 복사꽃이 살아 있는 현장은 없다는 게 그의 지적.
수원의 딸기,안양의 포도와 함께 경기삼미(三味)중 하나로 손꼽히던 소사의 복숭아를 되살리는 정책이 문화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부천시는 궁시장(弓矢匠),줄타기,장말도당굿 등 국가가 지정한 중요 무형문화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김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전통예능과 현대적인 교예(巧藝)와의 접합을 시도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북한에서 종전의 서커스를 대신해 만들어낸 ‘교예’는 그들이 중시하는 민중성 원리를 잘 드러내고 있는 예술로,이같은 접목 시도는 통일문화 형성에도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지역문화의 발전과 관련,민족문화유산에 대한 교육을 중시한다. 그가 참고로 삼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텔 아비브 대학의 디아스포라 박물관. ‘디아스포라’란 흩어진 백성이란 뜻으로 유대민족의 오랜 유랑생활과 고난의 역사,그리고 세계 문화와의 접변 등을 내포하는 개념이다. 야외교육과 박물관 탐방교육으로 실효를 거두고 있는 이곳은 세계 140개국에 걸쳐 500여만명의 해외동포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특히 본받을 만한 시설이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이제 제2기를 맞았다. 그렇지만 문화분야에서는 아직도 지방자치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김교수는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는 ‘정치’와 무관하지 않되 ‘생활정치’ 즉 시민들의 삶의 질을 돌보는 정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金鍾冕 기자 jmkim@seoul.co.kr>
1998-06-2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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