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느냐 죽느냐” 은행권 폭풍전야

“사느냐 죽느냐” 은행권 폭풍전야

오승호 기자 기자
입력 1998-06-26 00:00
수정 1998-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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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발표 임박… 임직원 일손놓고 안절부절/“끝까지 최선” 서명운동도… 빅3 느긋한 편

살생부(殺生簿) 발표시기가 임박해지면서 은행권이 핵 폭풍 전야다. ‘은행은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의 붕괴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은행원들의 사기가땅에 떨어지는 등 은행들이 유사이래 최대의 수난기를 맞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8% 이상)에 미달되는 12개 은행은정도 차는 있으나 ‘혹시나’하는 생각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대입시험을 치르고 합격자 발표를 눈 앞에 둔 수험생의 심정과도 같다.

은행에 따라서는 퇴출 대상에 포함될 것을 감지했는 지,자포자기 상태인곳도 있다. “최선을 다했으며 하늘의 뜻에 맡기는 도리밖에 없다”며 기대감 속에 지켜보자는 쪽도 있다.

한 시중은행 간부는 “지금이라도 어떤 은행이 우리은행과 합병한다고 선언하면 큰 도움을 줄텐데 그런 곳이 나오지 않아 답답할 뿐”이라며 “직원들이 동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걱정했다. 그는 “만약 경영정상화 계획을 승인받지 못해 P&A(자산·부채인수) 방식으로 다른 은행에 넘어가면 특화돼 있는 금융전산망이 와해되는 등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고용문제 등 파급 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P&A보다는 차라리 강제합병을 기대한다”고 했다.

지방은행인 D은행의 간부도 “구조조정의 대원칙을 수용하지만 형평성이 유지돼야 한다”며 “은행부실의 근본 원인을 은행 탓으로만 돌리는 것 같아 억울한 면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P&A 방식은 고용승계가 안되는 것이 문제”라며 “우량은행과의 인원 삭감 비율을 차등 적용하더라도 인수·합병(M&A) 방식을 택하는 것이 부작용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K은행 관계자는 “25일부터 3일동안 은행 살리기 서명운동을 펴는 등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며 “그러나 우리의 의지만 갖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하늘의 뜻에 맡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의 발전 가능성을 반영해 퇴출 대상에서 제외시켜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흥 상업 한일 등 ‘빅3’와 외환은행 등 ‘승인’ 또는 ‘조건부 승인’을 받을 것이 확실해 보이는 4개 은행은 상대적으로 불안감이 덜한 편이다. 이들 은행은 대입 수능시험을 통과하고 본고사에 대비하듯 외자유치 등에 총력을 기울이며 경영진 교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설립 목적의 특수성이 감안돼 역시 퇴출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P D은행은 괜히 나섰다가 손해볼까봐 눈치를 보며 납작 엎드려 있다.<吳承鎬 기자 osh@seoul.co.kr>
1998-06-2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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