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돌담길/任英淑 논설위원(外言內言)

덕수궁 돌담길/任英淑 논설위원(外言內言)

임영숙 기자 기자
입력 1998-06-23 00:00
수정 1998-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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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에는 사연이 많다. 지금이야 젊은이의 장소가 서울 외곽으로까지 확대됐지만 60∼70년대 서울의 젊은이들에게 이곳은 사랑의 산책길이었다. 고궁의 큰 나뭇가지들이 늘어져 그늘을 드리우는 돌담길을 걷는 것이 낭만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눈 오는 날 연인이나 친구를 만나는 장소로 가장 많이 꼽힌 곳이기도 하다. 숱한 만남과 이별의 사연을 간직한 이곳을 노래하는 대중가요가 나오기도 했다.

돌담장에도 사연이 많다. 덕수궁 돌담을 헐고 목책이나 철책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논쟁이 몇차례 벌어졌다. 실제로 60년대엔 시민들에게 고궁을 돌려준다는 취지로 완자무늬 창살의 투시형 철책으로 바뀐 바 있다. 조선 9대왕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의 사저(私邸)였던 덕수궁 담장은 원래 목책이었으나 고종때 돌담장으로 축조됐다.

지난해부터 이 길이 보행자 중심 녹화 거리로 조성돼 서울시민 휴식공간으로 호평을 받아 오더니 어처구니없는 교통행정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서울시와 경찰이 덕수궁길 중 아직 녹화공사가 끝나지 않은 정동제일교회∼경향신문 구간의 일방통행 방향을 거꾸로 바꾼것이다.즉 ‘정동제일교회→경향신문’방향을 ‘경향신문→정동제일교회’방향으로 바꾸어 23일 0시부터 오는 9월까지 시행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렇게 되면 덕수궁길은 양쪽 끝인 대한문쪽과 경향신문쪽에서만 일방진입이 가능한 이상한 도로가 돼 쓸모없게 된다. 이 길은 원래 을지로나 소공로 또는 태평로에서 진입해 서대문으로 좌회전하거나 삼성강북병원 앞으로 직진할 수 있어 하루 1만여대의 차량이 통과했다. 그러나 일방통행 방향이 거꾸로 바뀌면 미국 대사관이나 정동제일교회 근처를 찾는 차량 이외에는 찾을 필요가 없는 길이 된다.

서울시와 경찰이 덕수궁길의 일방통행 방향을 바꾼것은 미국대사관의 요청 때문이라고 한다. “대한문쪽 진입로가 시위등으로 막힐 경우 대사관저 접근이 불가능해지므로 정동교회 앞에서 서소문쪽으로 나있는 일방통행로의 방향을 바꾸어 달라”는 대사관의 요청을 받고 서소문쪽 대신 경향신문쪽의 일방통행 방향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미국 대사관의 편의를 위해시민의 불편과 교통혼잡을 초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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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6-2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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