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직배사/‘블록버스터’ 미끼 여름 극장가 싹쓸이

美 직배사/‘블록버스터’ 미끼 여름 극장가 싹쓸이

이용원 기자 기자
입력 1998-06-18 00:00
수정 1998-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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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사태로 영향력 커져/‘고질라’ 8주 상영 파격 요구/백지어음 미리 제공 강요도

영화계 최고 대목인 여름 시즌을 앞두고 할리우드영화 직배사들이 대작 배급을 미끼로 극장가를 독점하려 들고 있다.

해마다 6월말∼7월초면 직배사들이 블록버스터를 앞세워 상영관을 쓸어가다시피 한 것이 사실.그러나 올해는 IMF에 따른 전반적인 불황을 악용해 예년보다 훨씬 나쁜 조건으로 극장관계자들을 압박하는 것이다.

이번 여름에 개봉예정인 직배사 대형영화는 ‘고질라’(콜럼비아 배급),‘아마겟돈’‘뮬란’(이상 디즈니),‘X파일’(20세기폭스)‘리쎌 웨폰 4’(워너)등 5편.개봉 예정일은 오는 27일의 ‘고질라’에 이어 7월3일 ‘아마겟돈’,7월17일 ‘뮬란’,8월1일 ‘X파일’과 ‘리쎌 웨폰 4’등이다.

이 가운데 ‘고질라’의 배급사인 콜럼비아는 영화의 지명도가 높은 점을 내세워 장기상영 보장 등 영화관 측에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 C극장이 최근 콜럼비아와 맺은 계약서를 보면 ‘개봉 이후 최소한 연속 8주 이상의 상영을 배급자에게 보장한다’고 돼 있다.이는 영화 한편을 보통 2∼3주,길어야 4∼5주 상영하는 현실에 비춰 대단히 불리한 조건으로 영화계는 보고 있다.

특히 블록버스터가 6월27일부터 순서대로 개봉하는 올 여름 일정을 감안하면,8월14일까지 ‘고질라’외에 다른 대작을 상영하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콜럼비아는 극장 측에 ‘30일 이내에 상영권의 대가를 지급하며…이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예상 금액을 지급 예정일 이틀 후로 표기한 약속어음(또는 백지어음)으로 미리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도 계약에 넣었다.

이같은 일방적인 계약조건과 함께 콜럼비아는 ‘고질라’를 서울시내 40∼45개 극장에서 일제 개봉할 계획을 세워 놓았다.이같은 극장 수는 서울 개봉관 72군데의 56∼63%에 달하는 것이어서 극장가를 독점하려는 의도가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해 콜럼비아 측은 “‘고질라’가 중고교생에게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방학 이후에도 일정기간 상영하려면 8주를 보장받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극장가에서는 콜럼비아 말고도 여러 직배사들이 대작영화 개봉을 조건삼아 흥행 가능성이 낮은 작품들을 끼워팔기로 떠넘기는 등 갖은 횡포가 벌어지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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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충무로에서는 IMF사태로 국내 영화사들의 외화 수입이 줄어드는 바람에 직배사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고 분석하고 이처럼 극장을 빼앗기다 보면 한국영화는 만들어 봐야 개봉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李容遠 기자 ywyi@seoul.co.kr>
1998-06-1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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