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새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오코노기 마사오(地球村 칼럼)

한국 새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오코노기 마사오(地球村 칼럼)

오코노기 기자 기자
입력 1998-05-11 00:00
수정 1998-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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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미·일과 우호증진 급선무

金大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당선이 확정된 이후 경제위기로 인해 흡사쫓기는 것처럼 한국의 실질적인 지도자로 등장했다.취임하기까지 약 두 달동안 재벌개혁의 방향을 설정하고 노동자의 정리해고제를 도입했다.정부기구의 축소 및 개편도 단행했다.또 서방 은행단과의 채무상환 연장 교섭에도 성공했다.놀랄 만한 성과였다.

○개혁 추진력 비축 시급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와 같은 대담한 정치 리더십을 가능케 한 것은 국민사이에 넓게 형성된 심각한 위기의식이었다.경제 위기가 정치 휴전과 거국일치를 요구했던 것이다.

둘째로 대통령제 하에서의 여야간의 정권 교체가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위한 기회를 제공했다.

셋째 김대중씨가 갖고 있는 카리스마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김대중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인 순풍이 지속되는 동안에 내외에 산적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틀을 설정해 두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신정권이 가장 강력한 때 다수파인 야당의 협력을 얻어 문자 그대로 ‘거국일치’를 실현하든가 또는 여당 주도의 정계재편을 향해 크게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그렇지 않으면 개혁을 위한 ‘돌파력’을 급속하게 잃어 버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재음미해야 할 것이 김대중정권의 정치기반이다.

처음부터 김대중정권은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연합 위에 성립됐다.지난해 11월 초 김대중씨로 후보가 단일화됐을 때 국민회의측은 1999년말까지 헌법개정 절차를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게다가 새로 발족되는 의원내각제 하에서 자민련측에 총리 지명 우선권을 부여했다.

이러한 권력배분에 관한 정치 합의가 정말로 지켜질 것인가.반드시 한국이 아니라 하더라도 커다란 의문이다.그러나 어떻든 이를 실행에 옮기려면 우선 국회에서 3분의 2의 의석이 필요하다.이를 위해서는 다수파인 야당을 포함한 대규모 정계 재편이 필요하다.

○위험 안고있는 공동정권

한편 이를 거부하면 자민련은 야당과의 제휴로 돌아서게 될 것이다.요컨대 신정권은 1년반 후로 설정된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이러한 미묘한 연립정치에도 불구하고 김대중정권으로서는 자민련과의 관계를 강화해 정권기반을 더욱 확대해 나가고 대담하게 경제구조 개혁을 추진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앞으로 1년 남짓한 동안 ‘악역’을 관철해 99년 초가을까지 한국 경제를 재건의 궤도에 올려 놓는데 성공한다면 다시 결집되는 국민적 지지를 배경으로 대통령에게 유리한 정치적 국면이 나타날지도 모른다.이 때 다시 연립정치의 틀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미·일이 대북정책 지원

국내에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의 지도자가 대외 정책,특히 남북관계의 타개에 돌파구를 구하는 것은 자연스런 흐름이다.그러나 최근 4자회담 및 남북 차관급 회담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한 것을 신정권의 대북정책 실패로 이해할 일은 아니다.9월9일 ‘공화국 창건 50주년’과 金正日의 국가주석 취임을 앞두고 북한 지도부가 여전히 국내 체제의 정비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대북 정책에 관해서는 9월 이후의 새로운 전개를 대비해 준비하면 좋을 것이다.

그 사이 김대중정권이 우선해야 할 것은 오히려 대미·대일 외교이며 미일 양국과의 정치 경제 안보 관계를 보다 긴밀화하는 것이다.왜냐하면 대미·대일 관계의 획기적인 전진 없이는 김대중정권의 새로운 대북정책도 실행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대미·대일 관계의 긴밀화를 선행시키고 어느 정도까지 북미·북일 관계의 개선을 허용하는 것이 가능해지면 신정권의 대북 정책에도 ‘돌파력’이 생기게 될 것이다.대외적인 성공이 정치의 안정화나 경제 개혁의 추진에 기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의미에서 6월 이후로 예정된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일본 방문은 단순한 우호증진 이상의 중요성을 갖고 있다.한일 양국도 헛된 논쟁을 회피하면서 조기에 정치 경제적 협력의 틀을 만들어 전략적인 협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일이 잘못되어도 한국의 정치 경제적 혼란 때문에 일본이 다시 희생양이 돼서는 안된다.이는 한일 양국으로서 최대의 불행이다.<일 게이오대 교수>
1998-05-1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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