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연재‘흑룡강7천리’를 읽고/金周榮 작가

서울신문 연재‘흑룡강7천리’를 읽고/金周榮 작가

김주영 기자 기자
입력 1998-05-06 00:00
수정 1998-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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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질경이삶’에 가슴뭉클/물고기 껍질 옷·꿩고기 밥… 소수민족 삶의 지혜 寶庫/‘母國에 사기’ 조선족 사연엔 시대치부 드러난 서글픔마저/해당 지역 지도없어 옥에 티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지혜롭게 살아가는 소수민족들의 극복의지와 지혜를 찾아내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던 柳燃山씨의 기행문은 곳곳에 깊은 감동이스며 있다.

柳燃山씨의 그런 열의에서 발굴되고 노출된 변방 소수민족들의 생활상에서 많은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꿩이 많은 임강현에서는 그 꿩을 잡아 마을이생계를 유지하였고,가진구에서 살고 있는 허저족들은 강에서 지천으로 잡히는 물고기로 옷을 만들어 입는다.그리고 중국대륙에서 최고의 북단 오지라할 수있는 흥안진 낙고하촌(洛古河村)에도 조선족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기행문에서 읽고 가슴이 뭉클했다.

중국의 최북변인 막하(漠河)에는 조선족뿐만 아니라 몽골족,만주족,회족,다우르족,오로촌족,허저족,심지어 러시아인들까지 포함한 소수 민족들이 두루 섞여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그런데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이들이 그들의 삶의 형태가 갈등과 반목으로 경도되어 있기보다는 조화와 순응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해 준다.강이 있으므로해서 풍요보다는 오히려 열악한 생활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해도 그러한 자연환경에 어떻게 순응하며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인간생활의 만족과 풍요가 판가름난다는 교훈을 이 기행문은 가르쳐 주고 있다. 흑룡강의 얼음 위에 통나무 초막을 짓고 고기를 낚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꿩고기로 밥을 지을 줄 알고,고기껍질로 여름옷과 겨울옷을 지어입을 줄 아는 사람들,한족의 가옥을 우리식 온돌로 바꾸어 길고 추운 겨울을 지낼 줄 알고 우라초를 뜯어 동상을 예방하지만 오히려 동상에 동상을 거듭하는 동안 살갗이 오히려 추위를 막아주는 방편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눈물겨운 대목이기도 했다.

특히 중국 전체 인구의 96%를 차지하고 있는 한족들 사이에서 그리고 변방에 떠밀려나서 질경이같이 밟히고 또 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조선족들의 끈질긴 삶의 역정들은 읽을 때마다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柳燃山씨의 편견을 두지 않았던 역사적 해석과 조선족들의 생활상에 대한 꼼꼼한 기록들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얼음더미 위에서도 살아 남아 그 슬하에 올바른 자손을 남길 줄 알며 어느 민족보다도 교육열이 강한,그래서 끈질긴 생명력과 삶에 대한 속도감이 남다른 우리 민족의 열정적 근성은 이 기행문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확인은 그것에만 그치지 않는다.송화강에 인접한 부면(富綿)에 있다는 두흥농장의 황폐한 모습은 우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제는 개발이 중단되어 버린 삼강평원의 스산한 모습은 면밀한 계획없이 개발에 뛰어든 인간들의 섣부른 의욕이 어떤 결과를 낳는가를 추한 모습으로 보여 주고 있어 민망하고 슬펐다.또다른 한 가지는 한국으로 오려고 자신의 전재산을 몽땅 털어넣고 사기만 당한 조선족 청년이 지금은 우수리 강가에서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마지막회의 기록은 다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4천여명에 달하는 조선족들이 모국에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었다.많은 것을 깨닫게 한 이 기행문에서 한기지 옥의 티가 있었다면 매회 그 해당 지역의 지도를 곁들였으면 했던 아쉬움이었다.
1998-05-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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