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돌풍/黃炳宣 논설위원(外言內言)

비아그라 돌풍/黃炳宣 논설위원(外言內言)

황병선 기자 기자
입력 1998-04-23 00:00
수정 1998-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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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男性)수난시대,‘고개숙인 남자’들이 양산되고 있다고 한다.

IMF한파속에 생존하느라 스트레스가 쌓여 ‘남자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남성이 계속 늘고 있다는 보도다.지난해 발표된 한 의학계 조사는 발기부전(勃起不全) 등 성생활장애로 고통받는 한국 남성이 3백만명 가량 된다는 것이었는데 요즘 다시 조사한다면 그 보다 훨씬 더 늘어났을 게 분명하다.

비단 IMF가 아니더라도 남성을 결정하는 Y염색체가 환경오염과 생태계 변화에 약해 남아 출산율이 꾸준히 줄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미국·영국 의학학술지에 발표되고 있다.정자(精子)의 평균 숫자나 고환(睾丸)크기도 줄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여성의 평균수명이 긴 것과 연결지어 여성의 생물학적 우위론(優位論)도 제기된다.

세계의 이 불쌍한 고개숙인 남성들에게 뉴욕의 제약회사 파이자가 희소식을 전하고 있다.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비아그라(Viagra)라는 발기부전 치료제를 시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한개에 10달러(1만4천원 상당)나 하는 이 알약이 미 전역에서 하루 4만개나 팔리는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는 외신보도다.

건강식품이나 정력제에 대한 열성(熱誠)에 있어 한국인은 지구상 어느 민족에도 뒤지지 않는다.세계의 곰 사슴 물개 코브라,심지어 아프리카의 코뿔소는 한국인을 천적(天敵)쯤으로 알지 모른다.몸에 좋다면 국제적 보호조(保護鳥)든 오소리 고라니 개구리를 가리지 않고 먹어 치운다.국내에서 뿐 아니라 동남아,뉴질랜드,캐나다 어디든 찾아가 야생동물들을 잡아 먹는다.

숙여진 고개를 쳐들겠다는,강정(强精)에의 집념은 처절할 지경이어서 졸부들의 보신관광 못지 않게 ‘현대판 불로초’로 선풍을 일으키는 수입약품도 많다.불면증 치료제인 멜라토닌,세포의 노화를 막는다는 DHEA 등 호르몬제가 신비의 약,불로초로 한때 인기를 모으며 한국인의 싹쓸이 쇼핑으로 미국 제약회사들이 짭짤한 재미를 봤다.



이번엔 비아그라가 또 엉뚱한 선풍을 일으킬까 걱정된다.3백만의 진짜 고개숙인 남자들이 아니라 ‘변강쇠 환상’에 빠진 남자들이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어서다.참고로 FDA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린 비아그라의 내용을 소개하면 이 약은 의사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하는 치료제다.병적인 발기부전은 고쳐주지만 결코 정력제가 아니어서 정상인을 변강쇠로 만들어 주는 효과는 전혀 없다.심장병 환자에게는 위험하고 두통 복통 설사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경고하고 있다.보신족들에겐 큰 실망일지 모르겠다.
1998-04-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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