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남편에 부대낀 한많은 여인의 인생사
소설가 이문열은 페미니즘 논쟁의 불을 당긴 그의 소설 ‘선택’에서 “이혼경력이 ‘절반의 성공’쯤으로 정의되고,간음은 ‘황홀한 반란’으로 미화된다”고 여성작가 이경자의 소설 제목을 빌려 페미니즘소설을 비판했다.페미니즘이라는 것은 그의 말대로 ‘자기성취라는 집단최면’에 불과한 것일까.최근 나온 이경자의 새 장편소설 ‘사랑과 상처’(실천문학사)는 ‘왜 여전히 페미니즘이어야 하는가’를 웅변해 주는 여성소설이다.
소설은 미국에 와 살고 있는 70대의 주인공 정옥이 일곱살 나던 해,오빠가 죽던 일을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밥만 축내는 지즈바 간난 나가 뒈져야 한다”는 어머니의 욕설에 파묻혀 자란 정옥은 다섯 살이 되도록 말도 제대로 못해 ‘벙치’라고 불린다.그가 열아홉에 고향인 강원도 양양 물갑리를 떠나 화전골로 시집을 간다.화전민의 아들인 준태와의 신혼생활은 그냥저냥 행복했지만 얼마가지 않아 남편은 폭력의 화신으로 변한다.남편의 시도 때도 없는 폭행과 불륜 행각속에서 정옥은 처참하게 부대낀다.이에 둘째 딸 숙이를 따라 남편을 두고 혼자 미국으로 간 정옥은 그곳 여성들이 누리는 자유에 놀란다.재봉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던 정옥의 곁으로 남편이 오지만 그는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자살하기에 이른다.
작가는 일일칭 시점의 이 소설에서 ‘남존여비’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다룬다.남존여비란 사실 얼마나 진부하기 짝이 없는 말인가.하지만 작가에게 있어 남존(男尊)과 여비(女卑)는 “오랜 세월 동안 그 시대에 맞는 옷을 갈아입었고 그 시대가 요구하는 노래를 불러온,금강석이나 불가사리와 같은 존재”다.그런 만큼 그것은 오늘날에도 당연히 엄존한다는 것이다.이 소설에서 주인공 혹은 작가는 그 어떤 페미니즘적 주장도 늘어놓지 않는다.그러나 이 소설은 정옥과 준태라는 극단적인 원(原)체험을 지닌 두 인물의 삶을 통해 남존여비가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에게도 똑같은 상처를 남기는 사회적 해악임을 일깨워준다.<金鍾冕 기자>
소설가 이문열은 페미니즘 논쟁의 불을 당긴 그의 소설 ‘선택’에서 “이혼경력이 ‘절반의 성공’쯤으로 정의되고,간음은 ‘황홀한 반란’으로 미화된다”고 여성작가 이경자의 소설 제목을 빌려 페미니즘소설을 비판했다.페미니즘이라는 것은 그의 말대로 ‘자기성취라는 집단최면’에 불과한 것일까.최근 나온 이경자의 새 장편소설 ‘사랑과 상처’(실천문학사)는 ‘왜 여전히 페미니즘이어야 하는가’를 웅변해 주는 여성소설이다.
소설은 미국에 와 살고 있는 70대의 주인공 정옥이 일곱살 나던 해,오빠가 죽던 일을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밥만 축내는 지즈바 간난 나가 뒈져야 한다”는 어머니의 욕설에 파묻혀 자란 정옥은 다섯 살이 되도록 말도 제대로 못해 ‘벙치’라고 불린다.그가 열아홉에 고향인 강원도 양양 물갑리를 떠나 화전골로 시집을 간다.화전민의 아들인 준태와의 신혼생활은 그냥저냥 행복했지만 얼마가지 않아 남편은 폭력의 화신으로 변한다.남편의 시도 때도 없는 폭행과 불륜 행각속에서 정옥은 처참하게 부대낀다.이에 둘째 딸 숙이를 따라 남편을 두고 혼자 미국으로 간 정옥은 그곳 여성들이 누리는 자유에 놀란다.재봉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던 정옥의 곁으로 남편이 오지만 그는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자살하기에 이른다.
작가는 일일칭 시점의 이 소설에서 ‘남존여비’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다룬다.남존여비란 사실 얼마나 진부하기 짝이 없는 말인가.하지만 작가에게 있어 남존(男尊)과 여비(女卑)는 “오랜 세월 동안 그 시대에 맞는 옷을 갈아입었고 그 시대가 요구하는 노래를 불러온,금강석이나 불가사리와 같은 존재”다.그런 만큼 그것은 오늘날에도 당연히 엄존한다는 것이다.이 소설에서 주인공 혹은 작가는 그 어떤 페미니즘적 주장도 늘어놓지 않는다.그러나 이 소설은 정옥과 준태라는 극단적인 원(原)체험을 지닌 두 인물의 삶을 통해 남존여비가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에게도 똑같은 상처를 남기는 사회적 해악임을 일깨워준다.<金鍾冕 기자>
1998-04-0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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