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異口多聲/郭太憲 경제부 기자(오늘의 눈)

경제정책 異口多聲/郭太憲 경제부 기자(오늘의 눈)

곽태헌 기자 기자
입력 1998-04-01 00:00
수정 1998-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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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제팀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경제정책에 뚜렷한 축이 없이 정책주도권이 다원화된 이후 생겨난 부작용이다.

金大中 대통령이 경제 부총리를 없앤 이유 중의 하나는 그동안 재정경제원의 독단이 심했기 때문이다.경제 부총리가 주재하던 경제장관회의를 없앤 것도 같은 맥락이다.다른 부처의 장관들이 감히 경제부총리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각 부처간에 선의의 정책경쟁이 필요하다고 보고 경제대책조정회의를 신설해 대통령이 직접 경제현안들을 챙기고 있다.

경제부처 장관들과 청와대 수석들간의 건설적인 정책개진을 유도할 목적으로 경제팀의 축을 다원화했지만 경제팀에는 조화와 건설적인 제안보다 불협화음와 한건주의가 두드러지고 있다.잡음과 정책혼선이 난무하고 감정싸움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무역 및 투자 진흥대책회의가 대표적이다.산업자원부는 당초 30대그룹에까지 무역금융을 부활하겠다는 내용을 대책에 포함시켰다.재경부가 26일 밤에 산자부의보고내용을 뒤 늦게 입수하고 제동을 걸어 정작 발표때에는 빠지기는 했다.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서 대기업에 무역금융을 주기 어렵게 돼 있음에도 산자부가 이를 무시했다.조화보다는 불협화음,건설적인 제안보다는 한건주의가 판치는 새 경제팀의 한 단면을 보여준 대목이다.이러다보니 경제정책이 제대로 조율될 리가 없다.

지금은 흐지부지 됐지만 노동부는 재원을 책임지는 재경부와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실업세를 들고 나왔다.田允喆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6일 金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법정관리가 진행중인 기업을 결합재무제표 작성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예외를 많이 두면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려는 본래의 의미가 퇴색한다”고 주장해 재경부의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차관회의에서 이미 걸러진 문제였지만 田위원장은 느닷없이 들고 나왔던 것.

현 경제팀에 잡음이 많은 것은 경제 쪽에 수장(首長)이 없는데다 李揆成 재경부장관이 실세장관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과천관가에는 나돌고 있다.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도문제지만 혼선과 잡음만 주는 ‘멋대로식’의 발표가 더 문제가 아닐까.
1998-04-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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