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폭력/최홍운 논설위원(외언내언)

교도소 폭력/최홍운 논설위원(외언내언)

최홍운 기자 기자
입력 1998-03-04 00:00
수정 1998-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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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안에서 자행되는 폭력사건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설이나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되어왔다.흔히 알려진 폭력내용은 새로 입소하는재소자를 상대로 한 신고식이 있지만 때로는 살벌한 집단폭력이나 살인사건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그러나 그런 일들은 흔히 픽션의 세계에서나 가능하지 실제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겨졌다.경찰이 수사본부를 차려놓고 2년째 쫓고 있는 탈옥 무기수 신창원이 교도소내 폭행을 견딜 수 없어 탈옥했다고 밝힐 때도 우리는 반신반의했다.그러나 그의 표현을 통해 교도소 폭력이 얼마나 가혹한 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는 있었다.그는 교도소에 다시 들어가는 것이 죽기보다 싫어 자수할 수 없다고 나름대로의 변명을 일기장에 적었다.

이에 앞서 지난 94년 가을,강간혐의로 복역한 뒤 출소하자마자 재판도중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증언자 가족을 무참히 살해한 ‘김경록 사건’은 교도소의 교정기능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갖게 했다.교도소 생활 3년6개월 동안 복수심만 길렀다는 얘기가 된다.정신적으로 안정을찾아 교화되기 보다 증오심을 길렀고 새 생활의 기반이 되는 직업교육을 받기보다 범죄수법만을 배운 셈이다.

우리 교도소의 현실을 나타내 주는 한 일간지의 조사결과가 3일 보도돼 관심을 모은다.최근 2년이내에 출소한 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은 어둡기만 하다.이들 가운데 65%가 복역중 교도관으로부터 주먹이나 방망이로 구타를 당했으며 33%는 교도관으로부터 직접 물고문 등 학대를 받았다는 것이다.더욱 기막힌 현실은 교도관들이 담배 등 기호품을 돈 받고 팔고(53%),심지어 히로뽕이나 마약류를 재소자에게 팔았다(11%)고 털어놓는 사람도 있었다.

이 조사의 신뢰도는 입증되지 않았지만 수감생활을 했던 사람들의 증언이라는 점에서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박봉에 재소자나 다름없는 생활을 해야 하는 교도관들의 노고 우리는 잘 알고 있다.그렇지만 교정업무는 새 사람을 태어나게 하고 나아가 범죄없는 사회를 건설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지금은 모든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는 새 시대다.교정 관계자들도겸허한 자세로 이런 지적들을 받아들여 잘못된 점은 고치도록 하자.

1998-03-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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