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문명과 야만/이삼성 지음(화제의 책)

20세기의 문명과 야만/이삼성 지음(화제의 책)

입력 1998-02-24 00:00
수정 1998-02-2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사회정치적 제도 문제로 파악한 전쟁

전쟁의 폭력과 야만을 둘러싼 문제들을 중심으로 20세기 문명을 해부한 연구서.도서출판 한길사가 국내 학계의 인문학 연구성과를 집대성하기 위해 기획한 ‘한길신인문총서’의 첫권으로 나왔다.미국의 대외정책 등에 관해 왕성한 연구·저작활동을 보여온 지은이(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는 이 책에서 전쟁을 우주론적·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지 않고 역사와 사회정치적 제도의 문제로 파악한다.전쟁과 평화의 문제는 운명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인간과 집단이 선택한 일련의 역사적 결과라는 것이다.

전쟁이 단순한 힘과 힘의 대결에 그치지 않고 제노사이드,즉 특정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계획적인 집단 대학살의 비극을 불러오게 된 데는 ‘기억의 정치(politics of memory)’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 이교수의 설명.여기서기억의 정치란 집단적인 기억의 망각과 왜곡,부인,조작의 정치를 뜻한다.정치적 신화의 창조 같은 것이 그에 속한다.이교수는 2차세계대전의 홀로코스트(대학살)에서 보스니아와 르완다의 비극에 이르기까지 20세기 제노사이드의 비극은 인간의 집단적 역사의식이 왜곡,은폐,과장,축소된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다. 나아가 독일인들이 2차세계대전 이후 나치즘의 시대를 ‘히틀러의 시대’로 묘사하는 것은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히틀러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키려는 집단적인 기억의 정치가 작용한 탓이라는 미국의 정치학자 허버트 허시의 비판도 소개한다.이 책에서 다루는 또 하나의 주요 주제는 핵과 국제정치질서의 문제다.도구적 이성이 합리적 이성에 의해 통제되지 못한 상태에서 핵문제가 여전히 강대국의 논리로 이해되거나 약소국 혹은 일부 반미 ‘일탈국가’의 문제로만 인식돼서는 안된다는 게 이교수의 지적이다.한길사 2만원.<김종면 기자>

1998-02-24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