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벌 가지치기’ 나섰다

정부 ‘재벌 가지치기’ 나섰다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1998-02-14 00:00
수정 1998-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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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5개 정도로 유도… 빅딜은 권고만/협조융자 조건으로 구조조정 강력 요구

“빅딜은 없다.그러나 앞으로 재벌로 불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정부의 재벌정책이 급선회하고 있다.빅딜은 ‘권고사항’으로 남겨두고 재벌 ‘가지치기’에 주력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13일 “대기업간 빅딜을 인위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지만 재벌이라는 간판을 다는 곳은 몇 안될 것”이라며 “10대 그룹 가운데 일부는 5개 정도의 계열사만 거느리는 초미니 재벌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정부는 IMF와 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대략적인 합의를 끝냈다.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구조조정 촉진방안도 따지고 보면 IMF와의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대책에 불과하다.3일 임창열 부총리가 IMF와 금리인하에 합의했을 때도 주요 이슈는 구조조정이었다고 한다.

임부총리는 12일 “빅딜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말했다.30대 그룹 기조실장과 만나서도 기업의 구조조정을 강조했을 뿐 빅딜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고 했다.임부총리는 대신 구조조정의 강도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한화그룹의 경우 재벌이라는 얘기를 꺼내지 못할 정도로 몇개의 계열사로 정리될 것이며 한화에너지 매각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협조융자를 받는 처지에서 그같은 자구계획서를 마지 못해 냈겠거니 추측하지 말라는 얘기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한화만의 문제가 아니다.10대 그룹을 포함한 모든 재벌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물론 재벌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며 금융기관과의 거래과정에서 단계적으로 정리될 것이라는 단서를 붙였다.그러나 ‘관치금융’이나 ‘정부개입’ 등의 표현에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는 정부의 입장을 감안하면 예사로운 발언이 아니다.

전경련을 중심으로 재계가 최근 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해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정부의 재벌 죽이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임부총리는 상호지급보증을 신용보증으로 전환해 달라는 전경련의 요구에 “정확한 얘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말도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계열사를 정리하기 위해 상호지급보증 해소가 우선되야 하는데 그 자체를 없던 것으로 돌리자는 재벌개혁에 무임승차하려는 생각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재벌이 은행으로부터 협조융자를 받을 경우 대대적인 계열사 정리를 추진토록 하고 결합재무제표와 상호지보를 한치의 양보없이 추진토록 한다는 복안이다.<백문일 기자>
1998-02-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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