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노래와 함께 깊어가는 늦가을…/“사랑이란 어느날 문득 찾아오는 것/나에게 사랑은 한편의 시”/서정시인 서정주 김남조 오세영 시세계 담아/국내문단의 가벼운 사랑타령 반성에서 출발
〈…이젠 자네와 내 주름살만큼이나 많은 그 골진 사랑의 떼들을 데리고/우리 어린날같이 다시 만나세/갓트인 연오리에 낮 미린내도 실었던/우리들의 어린날같이 다시 만나세〉(서정주의 ‘편지’)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서정시인들의 사랑을 주제로 한 시들이 세 편의 시선집으로 묶여 나왔다.도서출판 좋은날이 ‘좋은날 사랑시’ 시리즈 1차분으로 펴낸 미당 서정주의 ‘견우의 노래’,김남조의 ‘외롭거든 나의 사랑이소서’,오세영의 ‘너,없음으로’.이 선집은 우리 문학에서 사랑이라는 주제가 때로는 너무 가볍게,때로는 너무 쉽게 장난처럼 그려지고 있다는 반성에서부터 출발한다.때문에 수록된 시들은 부박한 사랑타령을 주로 하는 요즘의 사랑시들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다.
“사랑이란 어느날 문득,갑자기 찾아오는 것.늙은 나에게 사랑은 한편의 시”라고미당은 언젠가 말했다.미당은 60년이 넘는 시작 과정을 통해 사랑의 의미와 표현방법은 달리 해왔지만 사랑에 관한 관심만은 노년의 작품에까지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다.이번에 나온 ‘견우의 노래’에서는 사랑에 관한 미당의 시적 정조가 어떻게 변모해왔는가를 한 눈에 살필수 있다.금기와 욕망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미당의 초기시에서부터 정신적 사랑에 관심을 보인 ‘귀촉도’이후의 시편들,검은 땅밑과 도솔천의 하늘에 이르는 우주적 사랑의 시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드러낸다.〈님이 자며 벗어놓은 순김의 반지/그 가느다란 반지는/이미 내 하늘을 둘러 끼우고/그의 꿈을 고이는/그의 벼갯모의 금실의 테두리 안으로/돌아 오기 위해/나는 또 한 이별을 갖는다〉(‘님은 주무시고’) 미당 시에 등장하는 순금의 반지 속에는 바다와 구름,피리소리뿐 아니라 드넓은 무,곧 하늘까지 담긴다.‘지금,여기’에의 집착을 털어버리는 순간 사랑은 영원으로 승화한다.
김남조 시에서의 ‘사랑세계’는 작은 사랑,침묵의 사랑,못 부친 사랑의 편지 등으로 구체화한다.그 사랑의 세계는 신을 향한 기도에서 절정을 이룬다.〈안식의 정령이여/산 이와 죽은 이를/한 품에 안아 주십사 비노니 …큰 촛불,작은 촛불처럼/겨울나무와 내가/나란히 기도한다 하리라〉(‘안식을 위하여’) 세상에 진실 아닌 사랑이 어디 있으랴.시인은 신앙의 진실을 바탕으로 하는 사랑의 진실이야말로 〈생금보다 귀한 아침햇살〉(‘아침은총’)같은 존재임을 신심넘치는 시구로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내게 있어서 사랑은 시의 화두이다.그것은 영원에 대한 그리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시인 오세영.그의 사랑관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 있는 작품이 바로 ‘찻잔’이다.〈육신은/영혼이 갈할 때만/켜지는 등불/그 등불 앞에서/입술을 적시고/잔을 비운다/진실로 사랑이란/비움으로써 가득 차는 공간〉(‘찻잔’) 비울수록 가득 차오는 사랑의 역설….사랑의 존재론적 테마를 천착하는 그는 시집 ‘무명연시’ 이후 연작시 ‘그릇’을 잇따라 발표했다.이 작품은 ‘그릇’ 연작시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1차분 출간에 이어 허영자 정진규 강은교 장석주 이수익 등 시인의 시선집이 12월중에 나올 예정이다.<김종면 기자>
〈…이젠 자네와 내 주름살만큼이나 많은 그 골진 사랑의 떼들을 데리고/우리 어린날같이 다시 만나세/갓트인 연오리에 낮 미린내도 실었던/우리들의 어린날같이 다시 만나세〉(서정주의 ‘편지’)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서정시인들의 사랑을 주제로 한 시들이 세 편의 시선집으로 묶여 나왔다.도서출판 좋은날이 ‘좋은날 사랑시’ 시리즈 1차분으로 펴낸 미당 서정주의 ‘견우의 노래’,김남조의 ‘외롭거든 나의 사랑이소서’,오세영의 ‘너,없음으로’.이 선집은 우리 문학에서 사랑이라는 주제가 때로는 너무 가볍게,때로는 너무 쉽게 장난처럼 그려지고 있다는 반성에서부터 출발한다.때문에 수록된 시들은 부박한 사랑타령을 주로 하는 요즘의 사랑시들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다.
“사랑이란 어느날 문득,갑자기 찾아오는 것.늙은 나에게 사랑은 한편의 시”라고미당은 언젠가 말했다.미당은 60년이 넘는 시작 과정을 통해 사랑의 의미와 표현방법은 달리 해왔지만 사랑에 관한 관심만은 노년의 작품에까지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다.이번에 나온 ‘견우의 노래’에서는 사랑에 관한 미당의 시적 정조가 어떻게 변모해왔는가를 한 눈에 살필수 있다.금기와 욕망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미당의 초기시에서부터 정신적 사랑에 관심을 보인 ‘귀촉도’이후의 시편들,검은 땅밑과 도솔천의 하늘에 이르는 우주적 사랑의 시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드러낸다.〈님이 자며 벗어놓은 순김의 반지/그 가느다란 반지는/이미 내 하늘을 둘러 끼우고/그의 꿈을 고이는/그의 벼갯모의 금실의 테두리 안으로/돌아 오기 위해/나는 또 한 이별을 갖는다〉(‘님은 주무시고’) 미당 시에 등장하는 순금의 반지 속에는 바다와 구름,피리소리뿐 아니라 드넓은 무,곧 하늘까지 담긴다.‘지금,여기’에의 집착을 털어버리는 순간 사랑은 영원으로 승화한다.
김남조 시에서의 ‘사랑세계’는 작은 사랑,침묵의 사랑,못 부친 사랑의 편지 등으로 구체화한다.그 사랑의 세계는 신을 향한 기도에서 절정을 이룬다.〈안식의 정령이여/산 이와 죽은 이를/한 품에 안아 주십사 비노니 …큰 촛불,작은 촛불처럼/겨울나무와 내가/나란히 기도한다 하리라〉(‘안식을 위하여’) 세상에 진실 아닌 사랑이 어디 있으랴.시인은 신앙의 진실을 바탕으로 하는 사랑의 진실이야말로 〈생금보다 귀한 아침햇살〉(‘아침은총’)같은 존재임을 신심넘치는 시구로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내게 있어서 사랑은 시의 화두이다.그것은 영원에 대한 그리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시인 오세영.그의 사랑관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 있는 작품이 바로 ‘찻잔’이다.〈육신은/영혼이 갈할 때만/켜지는 등불/그 등불 앞에서/입술을 적시고/잔을 비운다/진실로 사랑이란/비움으로써 가득 차는 공간〉(‘찻잔’) 비울수록 가득 차오는 사랑의 역설….사랑의 존재론적 테마를 천착하는 그는 시집 ‘무명연시’ 이후 연작시 ‘그릇’을 잇따라 발표했다.이 작품은 ‘그릇’ 연작시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1차분 출간에 이어 허영자 정진규 강은교 장석주 이수익 등 시인의 시선집이 12월중에 나올 예정이다.<김종면 기자>
1997-11-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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