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속의 거액(외언내언)

장롱속의 거액(외언내언)

송정숙 기자 기자
입력 1997-09-26 00:00
수정 1997-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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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책에서는 ‘장속의 돈’에 집요하게 관심을 갖는다.그것을 끌어내기 위해 갖가지 유혹적인 저축상품을 개발하고 주부에게 생색낼 일을 고심한다.이때의 ‘장속의 돈’은 주부가 기름짜듯 살림을 아껴서 모은 고린내나는 푼돈을 뜻한다.이런 잡다한 돈까지 금융당국이 탐내는 것은,이런 돈이 장속에 묻혀서 좀처럼 햇빛을 보지못하면 내자로 산업자금에 기여하지 못하고 장밑에서 몇년이고 썩느라고 세원에 어떤 구실도 못하기 때문이다.한집에서는 푼돈이지만 모아놓고 보면 무겁고 커다란 돈.그것이 ‘장속의 돈’이다.

“주머닛돈이 쌈짓돈”이라는 말이 있다.일반적으로 여인네는 주머니를 차고 남정네는 쌈지를 지닌다.살림돈이 모자라 죽는 시늉을 하는 안주인이라도 그 주머니에는 고린내나게 아껴서 모은 돈이 조금은 있게 마련이다.아내의 그런 ‘주머닛돈’을 알겨내면서 앙탈하는 아내들에게 남편들은 말한다.“주머닛돈이 쌈짓돈이지,네돈 내돈이 어디 있는가,우리 사이에.”라고.이런 ‘주머닛돈’이 ‘장속 돈’인 셈이다.

그런데 장롱속에서 1억5천만원이나 되는 돈이 튀어 나왔다고 한다.기왕의 개념인 ‘장속의 돈’에 비하면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이다.이런 돈을 안전하게 금융기관에 맡기지도 않고 세금도 낼 생각없이 모아두었다면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그것도 비리의 개연성이 짙어 집을 수색해야할 대상에 들었던 공직자의 집이었다니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장속’에는 아낙네의 짠내나는 푼돈이나 있다는 통념으로 수색의 손길은 닿지 않을 것으로 알고 거기 그렇게 놓아 두었던 것일까.장롱주인인 안사람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맡아둔 것일까.

장롱속은 가족의 생활이 담긴 정갈한 장소다.상한 것을 담아두면 가족이 불건강하고 불행해진다.장롱을 관리하는 주부들은 그런 부정이 장롱속을 침범하지 않도록 파수를 잘 서야 한다.정당하지 못하고 멋대로 식언하고 예사로 약속을 어기는 정치인도 장속을 잘 지키는 여성들이 골라낼 수 있다.장속에 범죄와 부패를 감춰놓고 가족과 같이 살겠다는 가장이나 지도자는 마침내는 가족과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다.<송정숙 본사고문>

1997-09-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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