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망명’정정 해프닝/나윤도 워싱턴 특파원(오늘의 눈)

미 국무부 ‘망명’정정 해프닝/나윤도 워싱턴 특파원(오늘의 눈)

나윤도 기자 기자
입력 1997-08-29 00:00
수정 1997-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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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장승길 대사의 미국망명 사실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미 국무부의 제임스 루빈 대변인이 27일 브리핑에서 “북한을 탈출한 장승길 이집트 대사 일행이 아직 미국정부로 부터 공식 망명허가를 받은 것이 아니다”라며 전날의 발표에서 한걸음 후퇴한 내용으로 정정하는 해프닝을 연출해 말썽을 빚고 있다.

루빈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발표때 사용한 ‘망명’(asylum)이라는 용어는 일시적 ‘보호’(protected) 또는 ‘임시입국허가’(parole)라는 용어를 잘못 사용한 것이라고 정정을 요구하면서 “망명허가 문제는 법무부 산하 이민귀화국(INS) 소관업무 사항으로 미국 관련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이같은 용어문제는 어디까지나 절차상의 문제에 불과하지 망명을 허용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루빈 대변인의 입장에서는 잘못 사용된 용어를 정정했고 시차가 있을뿐이지 그같은 방향으로 일이 진전되고 있음을 확인해주었으므로 자신의 임무는 끝난 것으로 생각할런지도 모른다.또 모든 일은 CIA에서 하고 있고 발표만 맡아서 하는 입장이 되다보니 말이 잘못 나왔을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정가와 서울에서는 이 용어 정정이 북한측의 미사일회담 취소에 따른 미국측의 입장변화가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 일으켜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더우기 지난해 가을 북한의 잠수함침투사건이 터졌을때 윌리엄 페리 당시 국방장관이 내뱉은 “‘쌍방’(both side)의 자제를 촉구한다”는 한마디가 한국민들을 얼마나 분노케 했고 힘빠지게 했는지 기억이 생생하다.



미국은 아직 국제정치의 중심이고 한 국가의 운명이 미 국무부 대변인의 입을 통해 좌우되는 일들을 목격해오고 있기 때문에 대변인의 말을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또 그 행간을 읽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국무부 출입기자의 입장에서 이같은 실수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이번 일은 해명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강대국은 강대국다운 금도와 함께 세심한 배려도 할 수 있어야,‘오래 가는’ 강대국이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1997-08-2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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