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시신… 분노한 유가족/조현석 사회부 기자(오늘의 눈)

뒤바뀐 시신… 분노한 유가족/조현석 사회부 기자(오늘의 눈)

조현석 기자 기자
입력 1997-08-14 00:00
수정 1997-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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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801편 추락참사의 희생자 시신이 처음으로 유가족에게 인도돼 한국에 송환되던 13일 새벽.괌 아가냐 국제공항 화물청사는 유가족의 분노와 울분으로 가득찼다.

이날 상오 2시45분 대한항공편으로 운구할 10구의 시신 가운데 1구가 유가족의 확인과정에서 당초 명단과 다른 시신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속았다” “시신을 싣지 못하도록 막으라”고 소리치며 유가족 30여명이 거세게 항의했다.

사태가 걷잡을수 없이 확대되자 미 해군측은 급히 뒤바뀐 시신을 찾아내 염습도 않고 입관한 뒤 공항으로 다시 수송했다.이 바람에 특별기가 예정보다 1시간 늦게 괌공항을 떠났다.

어떻게 보면 이번 사고는 이미 예견된 수순을 밟은 것이었다.

현지에 파견된 정부측 관계자와 대한항공측은 사고발생 8일째를 맞은 지금까지 미 해군과 괌 정부,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등 미측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끌려다녔기 때문이다.

유가족에 대한 배려보다는 말썽없는 조용한 뒷처리에 더 신경을 쓰는 듯한 인상이었다.유가족들의 곁에는 물심양면으로 돌봐주는 현지 교포만이 있을 뿐이었다.

대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식요원들도 제 역할을 못하기는 마찬가지다.NTSB의 반대로 사체검안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모든 것을 미측의 처분에만 맡겨두고 있다.

심지어 미 해군은 이 사고를 대수롭지 않다는듯 “단순한 실수이니 다시 시신을 바꾸어오면 되는 것을 왜 흥분하느냐”며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현지의 까다로운 장례 절차를 거론하며 미측을 두둔한듯한 우리 정부와 대한항공을 비난하는 유가족의 심정을 이해할 만했다.

당국은 괌 정부가 시신에 대한 화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나선 것이 정부와 대한항공측의 노력때문이 아니라 유가족들의 항의와 농성을 통해 미측의 실수를 받아낸데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억울하게 죽은 내 아들 시신도 마음대로 가져가지 못하는 이 마당에 살아서 무엇하느냐”고 울부짖는 한 어머니의 절규를 곰곰이 살펴야 한다.〈괌에서〉
1997-08-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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