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케스 소설집 ‘꿈을 빌려 드립니다’/중남미문학의 깊은 향기

마르케스 소설집 ‘꿈을 빌려 드립니다’/중남미문학의 깊은 향기

김종면 기자 기자
입력 1997-07-17 00:00
수정 1997-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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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환상소설·산문 등 18편 수록

20세기 중남미 현대문학의 거장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70)의 소설집 ‘꿈을 빌려 드립니다’(송병선 옮김)가 도서출판 하늘연못에서 출간됐다.‘마술적 사실주의의 대가’란 애칭으로 기억되는 작가 마르케스는 최근 멕시코 망명을 결정,모국 콜럼비아는 물론 전세계 문학권으로부터 커다란 관심을 모으고 있다.이 소설집은 지난 95년에 나온 ‘사람이 살았던 시대’를 다시 꾸민 것.이번 개정판에는 ‘왜 마르케스는 조국을 떠났는가’‘인터뷰­납치와 사랑’ 등 자료적 성격이 강한 글들이 실려 주목된다.

이 소설집에는 82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백년동안의 고독’발표 이후 중남미 현대문학의 거대한 문학적 담론의 전통을 계승해 온 그의 작품세계를 엿보게 하는 9편의 중단편과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되는 9편의 산문이 담겼다.그의 중단편들은 20세기 들어 ‘소설의 죽음’을 예고하던 문학권의 위기상황에 하나의 희망으로 등장한 작가 마르케스의 대가다운 면모를 생생하게 보여준다.이번에 소개된 ‘물에 빠져 죽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사랑도 어찌할 수 없는 영원한 죽음’‘잃어버린 시간의 바다’‘기적을 파는 착한 사람 블라카만’ 등 4편의 작품은 이른바 환상소설로 볼 수 있다.이 작품들은 시대적으로 볼 때 중남미 카리브해의 냄새를 한껏 풍기는 마르케스의 두 편의 대작 ‘백년 동안의 고독’과 ‘족장의 가을’ 사이에 놓여있어 환상과 현실이 어우러진 두 작품의 분위기를 골고루 맛볼수 있다.내면독백 형식을 취하는 ‘…블라카만’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어른을 위한 동화의 성격이 강하다.또 ‘포르베스 부인의 행복한 여름’‘눈속에 흘린 피의 흔적’‘로마에서의 기적’‘난 전화를 걸려고 온 것뿐이에요’‘꿈을 빌려 드립니다’ 등 5편은 유럽 문명세계의 허와 실을 비판적 시각으로 풍자한 사실주의 계열의 작품들이다.

한편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마르케스의 망명 동기와 배경,작가의 국가관,최근 중남미 사회의 정치사회적 동향 등도 살필수 있다.마르케스는 장편소설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를 펴낸 1981년 훌리오 세사르투르바이 정권의 체포설로 멕시코로 망명했다.1980년대 말,다시 콜럼비아로 돌아온 그는 노벨문학상을 받은지 15년,문단 데뷔 50년째가 되는 올해 또다시 멕시코로 망명했다.작가적 자유를 위해 조국 콜럼비아를 등지고 ‘자진 망명’의 길을 택한 것이다.<김종면 기자>

1997-07-1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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