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내홍수습력 보여라(사설)

여는 내홍수습력 보여라(사설)

입력 1997-06-25 00:00
수정 1997-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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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을 둘러싼 불공정시비가 당총재인 김영삼 대통령의 해외순방중에 오히려 증폭되고 있는 양상은 실망스럽다.정권 재창출을 벼르는 집권당이라면 어려울 때일수록 단합된 자세를 보여 국민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별것도 아닌 문제를 갖고 벌써부터 당내에서 분당운운하는 험악한 전망까지 나온다면 재집권은 먼 이야기가 될지 모른다.신한국당은 우선 볼썽 사나운 내홍부터 슬기롭게 극복하는 역량을 보여야 할 것이다.자체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책임지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이번에 이회창 대표와 반이진영간의 갈등이 증폭된 것은 이대표측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민주계 주도의 정발협에 몸담고 있던 황낙주 전 국회의장을 이대표측 경선대책위원장에 전격 기용한 일이라든가 이대표가 대표직을 그대로 갖고 금주부터 대의원 접촉활동을 본격화한 처사는 다른 주자들의 반발을 거세게 만들기에 충분했다.누가 보더라도 불공정 시비를 부를만한 대표 프리미엄의 활용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대표가 당내의 격화된 경선불공정 시비를 해소하자면 두가지 선택밖에 없을 것 같다.대표직 사퇴시까지 대의원 접촉을 포함하여 주자로서의 활동을 자제한 채 공정한 경선관리자로서의 역할에 전념하든지,아니면 대표직을 즉각 사퇴하고 주자로서의 길을 가는 것이다.집권당의 대선주자들이라면 자질이나 비전 등 본질문제를 갖고 경쟁해야지 부차적인 공정성 시비로 날을 보내는 것은 경선의 참뜻과도 어긋난다.더구나 그 원인을 당대표가 제공하고 있다면 앞으로 당의 기강과 결속을 어떻게 지켜나갈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이번에 이대표에게 감정까지 곁들여 정면대결로 나온 정발협에 대해서도 균형있는 사고와 행동을 촉구하는 바다.정발협은 경선관련 부당사례 지적을 이대표에만 국한하지 말고 다른 주자들에게도 넓혀야 한다.정발협이나 나라회 같은 계파모임이 특정인 지지를 통해 이득을 취하려 하기보다는 공정경선을 뒷받침할 자율적·중립적 감시기구로 역할할 때 신한국당 경선은 축제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다.

1997-06-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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