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의 경제학/하성란 소설가(굄돌)

천원의 경제학/하성란 소설가(굄돌)

하성란 기자 기자
입력 1997-06-14 00:00
수정 1997-06-1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소래 포구는 차로 삼십분 거리에 있다.아침이 되면 고무통을 인 아주머니들이 하나씩 나타난다.

고무통안에는 소래에서 가져온 조개들이 가득 담겨 있다.아파트 그늘 아래 앉아 아주머니들은 하루종일 조개를 깐다.그나마 맛있게 할 수 있는 요리가 된장찌개인 터라 가끔 아이의 손을 잡고 조개를 사러 간다.

『조갯살 천원어치만 주세요』아주머니는 조개를 까던 손을 멈추지 않고 무심히 한마디 던진다.『천원어치는 안 팔아요』된장찌개에 들어갈 조개로는 천원어치로도 남는다.게다가 조개라는 것은 보관하기도 힘들고 일단 얼리면 맛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통사정을 하면서 아주머니와 흥정을 벌일 수밖에 없다.

나는 내 친정어머니에게도 떨지 않는 아양을 떤다.『에이,아줌마.다음에 또 올께요.여기 조개가 제일 맛있더라』아무리 사정을 해도 아주머니는 꿈쩍도 않는다.곁에서 조개를 까던 아주머니들까지 나서 무색해지고 만다.『요새 천원이 어디 돈인가.봉지 값도 안나와』

어쩔수 없이 이천원어치의 조갯살을 살 수밖에 없다.집으로 오는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땅을 파봐라.어디 백원 하나 나오나』애꿎은 아이의 손목을 다그쳐 잡고 담벼락에 발길질을 하거나 큰소리로 중얼거린다.인색한 인심이 어디 아주머니 탓이랴.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씁쓸한 마음은 지울수 없다.

썩히지 않기 위해 한번에 다넣어 조개탕이 되어버린 된장찌개로 저녁을 먹을 때에야 마음이 조금 누그러진다.고등학교 때까지도 천원으로 친구 다섯명이 배불리 떡볶이를 먹을수 있었는데.용돈으로 천원을 받을 때면 온 세상이 다 내것 같았는데.천원에 대한 추억으로 지녁시간은 길게 이어진다.이제 단돈 천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다시는 조개를 사나봐라.하지만 어쩔수없이 마음을 상하면서 조개를 사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1997-06-14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