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하는 박찬호(외언내언)

절하는 박찬호(외언내언)

송정숙 기자 기자
입력 1997-06-14 00:00
수정 1997-06-1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대권경쟁이니 『용들의 전쟁』에 관심을 뺏겨 겨를이 없는 것 같은 동안에도 신통한 우리 젊은이들은 세계를 무대로 「한국의 꿈」을 실현하느라고 땀흘리고 있다.일본 열도에 「선붐」을 일으키며 일본야구 센트럴리그에서 구원투수로 선두를 달리는 「주니치의 수호신」선동렬과 12일 미국 LA다저스에서 마침내 5승의 고지에 올라선 박찬호도 그런 젊은이들이다.

20게임 무패행진을 계속하며 연일 이어지는 일본 매스컴들의 격찬속에 있는 선동렬은,처음 깊은 슬럼프에 빠진것 같아 우리를 애타게 했었다.그가 홀연히 일어나서 외국선수로는 처음으로 「올스타」에 선정될 것이 점쳐질만큼 눈부신 성과를 올리고 있으니 신기할 지경이다.

또 나이어린 박찬호의 LA다저스 활약은 선동렬과도 다르게 통증을 동반한 감동같은 것을 준다.덩지로 보나 기술의 역사로 보나 거인들의 밀림속 같은 땅에 가서 유년의 타잔처럼 씨름하는 그에게서는 애처로운 육친애를 맛보게 한다.이번 시즌 처음 그가 「던지기」를 시작했을 때만해도 그의 경기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쉽지않았다.들끓는 맹수들에 짓눌려 깔려버리는 것은 아닐까싶어 조마조마하기도 하여 TV를 끄고싶은 충동도 들었다.

그러나 의연한 자세로 공을 던지는 그의 의젓함은 바장이는 우리마음보다 훨씬 침착하여 위로를 느끼기에 충분했다.그가 목표한 10승 투수가 되기까지는 아직도 갈길이 많이 남아 있지만 그 절반인 5승의 고지에 이른 것만으로도 고맙고 신통하다는 심경이다.가까이 있으면 등이라도 두드리며 격려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 중에서도 박찬호가 심은 『야구아닌 성과』가 보너스처럼 빛난다.그는 「던지기」에 들어가기 전에 심판과 관중석에 모자를 벗고 인사를 드리는 공경의 태도를 「상징」으로 개발했다.처음에는 「이상한 짓」으로 비치던 그의 이 「절하기」가 이제는 아름다운 『공경심의 징표』로 팬들에게 인상박히기에 이르렀다고 한다.『힘껏 해보겠습니다』라는 겸허한 다짐임을 그들도 알게 된 것이리라.

『나대지 않고 성심을 다하는 젊은이의 표상』을 국제사회에 심으며 접근해가는 그들.그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건다.<송정숙 본사고문>
1997-06-14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