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효율적인 정부/이종화 고려대 교수·경제학(서울광장)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이종화 고려대 교수·경제학(서울광장)

이종화 기자 기자
입력 1997-06-07 00:00
수정 1997-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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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60년대 이후 우리 경제가 달성한 고도성장을 「한강의 기적」으로 표현한다.실질 경제 성장률이 연평균 8%를 초과하여 1인당 국민소득이 62년의 487달러(경상 가격기준)에서 96년의 1만548달러로 증가한 놀라운 결과는 다른 국가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고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러한 기적이 가능했던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크게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특히 고도 성장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 하는 점에서는 더욱 논란이 많다.

많은 연구들은 우리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고도성장의 요인을 수출의 급속한 증대에서 찾고 있다.우리 경제의 총 수출이 62년 5천만달러에서 96년에는 1천3백억달러로 증가한 사실에서 보듯이 고도 성장은 수출의 급속한 증대와 더불어 일어났음에 틀림없다.그러나 이러한 급속한 수출의 증대를 가져오게 된 요인이 무엇인가에 관해서는 또 여러 의견들이 대립하고 있다.특히 수출이 주도(주도)하는 경제성장을 이끌어 오는데 정부가 우리 경제의 여러 부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온 사실 때문에 정부의 역할을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성장의 요인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기업·노동자 경제성장 기여

그러나 과연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이 우리 경제가 이루어온 기적의 비밀인가? 다른 나라들보다 더 적극적인 수출지원 정책을 썼다는 사실만으로 이것을 성장의 원천으로 볼 수는 없다.문제의 해답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었더라면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가상적인 상황과의 비교를 필요로 하고 또 민간 경제 주체들인 노동자와 기업가의 역할에 대한 분석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즉 정부가 경제 전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다만 제도적인 뒷받침과 정치적인 안정만 보장하였더라도 우리가 갖고 있는 양질의 인적 자본과 높은 저축률로 인해 다른 국가들보다 더 나은 경제성과를 거둘수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 또한 가능하다.대외 지향적 개발전략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여온 우수한 경제 관료들의 공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창의적인 기업가들의 의욕적인 투자·생산활동과 높은 교육열로뒷받침된 우수한 노동 인력의 역할이 없이는 지금의 번영은 있을수 없다.

최근의 연구들은 우리 경제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산업구조의 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했지만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지는 못하였음을 보여 주고 있다.즉 세제 및 금융 지원을 통한 정부의 개입 정책은 산업간 투자자금의 배분을 바꾸어 산업구조를 바꾸는 효과를 갖는다.그러나 지원을 많이 받은 산업은 더 빨리 성장하는 반면 지원을 받지 못한 산업은 상대적으로 낙후하게 되므로 결국 경제전체의 순효과는 정부 지원이 생산성이 더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느냐에 달려있다.

○정부 지나친 개입 말아야

정부의 경제적 역할을 새롭게 자리매김하여야 할 시점이다.급속한 개방화에 따라 경제활동의 범위가 세계 전체로 확대되고 국제 질서가 우리 경제가 준수해야 할 새 규범이 되면서 종전과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무역 개입 정책은 실행하기도 어렵고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다.또 정치·사회 전반의 규제축소와 권력분산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경제 주체들의 욕구가 다양화하면서 정부의 과도한 경제 개입이 국민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도 않을 것이다.따라서 이제 정부가 기업의 생산 활동과 무역·금융·노동 등 경제의 모든 부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기초과학 투자,환경,사회 간접자본,교육 등 시장 기능만으로는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루어지기 힘든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효율적인 정부만으로 경제 발전을 이룰 수는 없지만 비효율적이고 무능한 정부가 경제를 쉽게 망칠수 있음은 자명하다.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향한 정부 스스로의 개혁을 기대한다.
1997-06-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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