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 악순환 근절” 근민여망 반영/국회의원직무 폭넓게 해석 유죄인정/정 리스트 정치인 공판 등 큰영향 줄듯
한보사건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은 이번에야말로 정경유착의 악순환을 근절해야 한다는 국민 여망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판부는 2일 한보사건을 「비정상적인 기업을 운영해 온 무모한 기업가가 정치인 등 권력가에 뇌물을 제공하고 특혜를 받은 사건」으로 규정하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받아들였다.
특히 권노갑피고인에 대한 뇌물죄 적용과 관련,국회의원의 직무를 폭넓게 해석해 유죄를 인정한 것은 검찰의 의견을 한차원 뛰어넘은 획기적인 판결이라는 평이다.지난 4월17일 대법원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에 대한 상고심에서 전·노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죄를 인정하기는 했으나 국회의원에게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재판부는 『국회의원의 직무는 대통령에 미치지는 못하나 국정 전반에 관해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비록 청탁이 직무와 구체적인관련이 없더라도 뇌물수수죄가 성립된다』고 못박았다.
특히 정치자금의 정의에 대해 『어떤 정치인의 이념과 주장을 지지하는 사람이 자신의 이념을 실현하려는 의도에서 제공하는 정치활동 비용으로 방법이 은밀하지 않아야 하고 액수도 크지 않아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같은 관점대로라면 정태수 피고인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문정수 부산시장과 국민회의 김상현 의원 등 정치인 8명도 뇌물수수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더욱이 이들 8명의 사건은 같은 재판부에 배당돼 있다.
이와 함께 「정태수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 가운데 금품을 받기는 했지만 직무 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나머지 정치인들도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판결문 그대로라면 대가관계가 희박하더라도 은밀하게 거액의 현금을 주고받았다면 뇌물로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이번 판결은 나아가 「떡값」정치가 만연해 있는 현재의 정치 풍토와 정치자금법 개정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태수 피고인의 횡령 혐의를 인정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재판부는 정피고인이 한보철강 시설자금 1천9백11억원을 계열사 대여금 등 형식으로 인출,전환사채매입 등 개인적으로 전용한 것에 대해 횡령죄를 인정했다.이는 전 재산을 회사에 투자하고 필요할 때 마다 빼 쓰는 등 변칙 운용하고 있는 상당수 신흥 재벌의 관행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엄정한 법적용과는 달리 양형에 있어서는 정태수·홍인길 피고인 등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관대하게 판단했다.
정태수 피고인은 이번 사건의 「발단」으로 간주,고령(73세)과 당뇨병 등 지병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종신형이라 할 수 있는 징역 15년을 선고했다.홍인길 피고인에게는 법정 최고형에서 6개월 모자란 징역 7년을 선고,한보대출의 사실상 「배후」로 지목했다.
법정 형량이 징역 10년 이상인 권노갑 피고인은 야당정치인으로서 공적과 다른 피고인들과의 형평을 고려,징역 5년을 선고했다.하지만 권피고인을 비롯,현역 국회의원들은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돼 정치생명에 치명적인타격을 입을 전망이다.<김상연 기자>
한보사건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은 이번에야말로 정경유착의 악순환을 근절해야 한다는 국민 여망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판부는 2일 한보사건을 「비정상적인 기업을 운영해 온 무모한 기업가가 정치인 등 권력가에 뇌물을 제공하고 특혜를 받은 사건」으로 규정하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받아들였다.
특히 권노갑피고인에 대한 뇌물죄 적용과 관련,국회의원의 직무를 폭넓게 해석해 유죄를 인정한 것은 검찰의 의견을 한차원 뛰어넘은 획기적인 판결이라는 평이다.지난 4월17일 대법원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에 대한 상고심에서 전·노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죄를 인정하기는 했으나 국회의원에게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재판부는 『국회의원의 직무는 대통령에 미치지는 못하나 국정 전반에 관해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비록 청탁이 직무와 구체적인관련이 없더라도 뇌물수수죄가 성립된다』고 못박았다.
특히 정치자금의 정의에 대해 『어떤 정치인의 이념과 주장을 지지하는 사람이 자신의 이념을 실현하려는 의도에서 제공하는 정치활동 비용으로 방법이 은밀하지 않아야 하고 액수도 크지 않아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같은 관점대로라면 정태수 피고인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문정수 부산시장과 국민회의 김상현 의원 등 정치인 8명도 뇌물수수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더욱이 이들 8명의 사건은 같은 재판부에 배당돼 있다.
이와 함께 「정태수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 가운데 금품을 받기는 했지만 직무 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나머지 정치인들도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판결문 그대로라면 대가관계가 희박하더라도 은밀하게 거액의 현금을 주고받았다면 뇌물로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이번 판결은 나아가 「떡값」정치가 만연해 있는 현재의 정치 풍토와 정치자금법 개정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태수 피고인의 횡령 혐의를 인정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재판부는 정피고인이 한보철강 시설자금 1천9백11억원을 계열사 대여금 등 형식으로 인출,전환사채매입 등 개인적으로 전용한 것에 대해 횡령죄를 인정했다.이는 전 재산을 회사에 투자하고 필요할 때 마다 빼 쓰는 등 변칙 운용하고 있는 상당수 신흥 재벌의 관행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엄정한 법적용과는 달리 양형에 있어서는 정태수·홍인길 피고인 등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관대하게 판단했다.
정태수 피고인은 이번 사건의 「발단」으로 간주,고령(73세)과 당뇨병 등 지병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종신형이라 할 수 있는 징역 15년을 선고했다.홍인길 피고인에게는 법정 최고형에서 6개월 모자란 징역 7년을 선고,한보대출의 사실상 「배후」로 지목했다.
법정 형량이 징역 10년 이상인 권노갑 피고인은 야당정치인으로서 공적과 다른 피고인들과의 형평을 고려,징역 5년을 선고했다.하지만 권피고인을 비롯,현역 국회의원들은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돼 정치생명에 치명적인타격을 입을 전망이다.<김상연 기자>
1997-06-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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