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스텐 박사의 충고/차동세 KDI원장(시론)

버그스텐 박사의 충고/차동세 KDI원장(시론)

차동세 기자 기자
입력 1997-05-13 00:00
수정 1997-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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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21세기위원회」가 개최되었다.한국과 미국의 학계·정계·경제·언론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미 양국의 현안 과제와 통일문제 등에 관해 이틀동안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미국측 인사들은 북한경제가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점을 수차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한 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으며 한국의 소비절약운동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측 인사들의 발언중에 특히 주의를 끄는 부분은 현재 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이며 미국의 경제정책 결정과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버그스텐 박사의 충고였다.바로 한국의 환율정책에 관한 것이었다.

○원화환율 달러에 너무 집착

일본 엔화의 급락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켜 국제수지가 급격히 악화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있는 현실속에서 한국이 굳이 원화의 환율을 달러에 대해 묶어 두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얘기다.물론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지만 한국은 실제로 환율을 달러에 대해 묶어 두고 있다는 것이그의 지적이다.환율제도를 바꾸든지 환율운영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우정어린 충고였다.바꾸어 말하면 현재의 엔화 환율과 우리의 경상수지적자를 고려할때 원화는 달러에 대해 더 절하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그의 이 말은 평소 엔화의 적정환율은 1달러에 100엔 수준이라고 역설하는 그의 주장과 흐름을 같이 하는 것이라 하겠다.

우리의 국제수지적자는 기본적으로 고비용·저효율이라는 구조적 요인때문에 발생한 것이다.임금이 생산성에 비해 너무 높고,금리가 높고,정부의 규제가 여전히 많은 것이 우리경제가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다.따라서 지금의 국제수지적자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인위적인 원화환율의 절하와 같은 손쉬운 방법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 하겠다.

그러나 우리의 국제수지적자 확대와 경쟁력 약화의 요인중에는 일본 엔화의 갑작스런 약세도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들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환율의 결정은 외환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정부가 여러가지 정책을 통해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경우에 따라서는 정부가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해서 환율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우리의 경우 최근의 환율동향을 볼때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엔화의 급격한 절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의 대미 달러환율 절하폭은 미미하였다는 사실을 보면 버그스텐 박사의 주장에 일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최근 우리의 수출이 조금 나아지고 있다고 하나 우리경제의 대외신인도는 아직 별로 개선되는 기미가 없다.한보와 삼미의 부도에 이어 진로의 어려움이 표면화되고 또한 다른 대기업들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기업이 흔들리면 은행도 흔들리게 마련이고 은행이 흔들리면 우리 경제 전체가 흔들리게 마련이다.중소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고,대기업들과 은행들이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경제의 대외신인도가 좋아질 수는 없다.

○대외신인도 개선효과 미미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주체가 허리띠를 다시 한번 졸라매야 한다.기업은 뼈를 깎는 자기성찰과 경영혁신을통해 살아남을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고,근로자는 생산성에 근거하지 않은 임금상승은 물거품일 뿐 언젠가는 자신이나 동료의 실업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수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또한 정부는 실효성있는 규제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권위주의적이고 경직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근본적인 접근만이 최선의 해결책이라 할 수는 없다.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정책운영의 유연성을 가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그런 점에서 버그스텐박사의 충고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1997-05-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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