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과 여가생활/박희준 경제부 기자(오늘의 눈)

불황과 여가생활/박희준 경제부 기자(오늘의 눈)

박희준 기자 기자
입력 1997-04-06 00:00
수정 1997-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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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경제걱정을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경제가 주저앉고 말지 않겠느냐고 우려하는 사람도 많이 늘어났다.걱정하는 행렬에는 경영자와 사원,소비자가 따로 없다.

그러나 따로 노는게 하나 있다면 생각과 실천간의 편차다.누구나 경제걱정을 하지만 얼굴에는 심각한 표정이 없다.물론 내놓고 심각하지 않는 표정을 짓는 사람은 없다.하지만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심각한 진단은 심각한 행동에 의해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고,실천은 나를 제외한 남의 일로 치부되고 있다.

국제수지는 1월 36억달러,2월 21억달러,3월 19억달러 등 연속 내리 3개월째 적자를 기록,올해 목표치 140억달러 적자의 반을 채웠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얼굴에서는 진지한 고민을 읽기가 어렵다.시민들의 얼굴은 『나는 여가생활을 누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휴일이면 고속도로가 만원이고 항공기 티켓 예매는 불가능하다.출장을 가려고 해도 자리가 없어 못간다.여행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여행객의 숫자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불황은 불황이고 나의 여가는 챙겨야 하겠다는 이중적인 생각이 우리네 시민들의 뇌리에 또아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우리는 과연 누구일까.회사원이고 공무원들이며 바로 나 자신이다.관공서는 관공서대로 토요일에 일하는 사람이 없고 수출창구인 종합상사도 토요일에 일할 생각이 없다.간편복 차림으로 출근한 상사원들의 머리속엔 여행일정이 꽉 들어차 있을 뿐이다.상사원들을 포함한 직장인들에게는 대단히 편리한 일이다.그러나 뒤집어 정장을 하고 찾아가는 바이어나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결코 고와보이지 않는 현상이다.정부기관 역시 예외는 아니다.

회사의 생존을 책임진 기업가와 실적을 쌓아 승진해야 하는 간부만이 마음이 급하다.나머지는 내가 속한 회사의 수출이 되건 안되건 판매가 되건 안되건 그것은 「남」의 일로 치부한다.여가는 즐겨야 하고 고속도로가 만원이되도 차는 몰고가야만 직성이 풀리는게 한국인들이다.『과연 이런 부하들을 데리고 싸움에서 이길 장수가 있을까』한 기업체 회장의 말이 실감난다.
1997-04-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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