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호씨 「나는 꿈속에서 춤을 추었네」를 보고(객석에서)

남정호씨 「나는 꿈속에서 춤을 추었네」를 보고(객석에서)

김수정 기자 기자
입력 1997-03-30 00:00
수정 1997-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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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 무용가의 통통튀는 춤실력

하얀 광목천으로 전면을 가린 관람석.시간에 맞춰 입장하는 관객들은 그 흰색 천위에 무수한 발자국을 남기며 무대를 가로지른다. 무대 안쪽에 설치된 철제 계단의자에 앉아 지각한 관객들이 이상한 무대를 보고 황당해하는 모습을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최근 무용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만한 산뜻한 공연이 지난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펼쳐졌다. 21일부터 23일까지 현대무용가 남정호가 마련한 「나는 꿈속에서 춤을 추었네」가 바로 그것으로 경쾌한 「유희」의 춤작가인 남정호가 초봄 서울에서 꾸민 「한여름밤의 꿈」이었다. 기발한 무대설치,작품을 이끌어가는 마이머,연극으로 꾸민 막간,관객을 흡인하는 안무 등은 남정호 특유의 재기발랄함과 도시적인 감각을 한껏 내비치기에 충분했다.

남정호는 세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밤의 꿈」에서 극적 모티브와 구조를 땄다. 마이머로 출연한 남정호의 동생 남긍호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을 하룻밤의 꿈속으로 이끌어낸 밤의 요정.그가 익살스레 벗겨낸 남녀 관객의빨간색 하이힐과 윤기없는 검은색 구두는 지친 현대인,특히 평범한 애정에 시들해진 연인들의 모습 바로 그것이다.

「사랑의 묘약」을 마신 안신희 박진수 등 남녀 무용수 20여명은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는 몽상속의 축제를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탄탄한 춤실력은 꿈과 현실의 끈을 연결하는 기둥이다. 잠옷과 같은 광택실크 의상과 배경으로 흐르는 전경옥의 「슬픈 카페의 노래」와 함께‥.

연우무대의 두 연기자 김내하 박남희가 꾸민 막간극은 이 작품의 유희성을 높여주었다. 다만 두 사람이 극속에서 끊임없이 내던진 「춤의 본질」에 대한 화두는 비록 해학성을 띠고는 있었으나 관객들에게 「왜 이 춤에 대해 모르느냐」「왜 춤공연을 즐기지 않느냐」고 묻는 것같아 거북한 감도 없지 않았다.

또 45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몸과 통통튀는 춤실력을 과시한 남정호의 춤이 20여명의 군무속에 파묻힌 것이 아쉬웠다.

『비디오보다 재미있고,레스토랑보다 더 색다른,패키지 여행보다 더 흥분되는 작품을 만들려 했다』는 남정호의 안무의도는 성공했다.춤공연에서는 좀처럼 보기힘들게 공연을 보고 나오는 관객들의 표정이 상기돼 있었으니까.<김수정 기자>
1997-03-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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