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철학의 행방/송상용 한림대 사학과 교수(굄돌)

주체철학의 행방/송상용 한림대 사학과 교수(굄돌)

송상용 기자 기자
입력 1997-03-08 00:00
수정 1997-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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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 나는 한국철학회 소광희회장과 함께 도쿄에 있는 조선대학교를 공식 방문했다.한민족철학자대회에 북한 철학자들을 초청하기 위해서였다.우리는 황장엽을 비롯한 북한의 지도급 철학자들에게 서울에 와서 주체철학을 맘껏 소개해 보라는 편지를 보냈다.그뒤 판문점을 통해 북한의 반응이 왔으나 대회 명칭문제로 교섭은 결렬되었다.끈질긴 남쪽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북철학자간의 대화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체철학은 사람 중심의 세계관이라고 한다.사람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매력이 없지 않다.그러나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수령론에 이르면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더구나 주체철학은 대를 이어 수령의 후계자를 받들 것을 요구한다.모든 전체주의에 개인숭배가 있지만 북한같이 철저한 예는 찾을수 없다.

분열되기 전 유고슬라비아에서 티토는 민족의 영웅이었다.그런데 그의 고향 쿰로베치는 민속촌 비슷한 평범한 마을이다.어디를 가나 담배가게,술집에까지 어김없이 티토의 초상화가 걸려 있지만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난 정성임을 알 수 있었다.

킴 리엔에 있는 호치민의 생가도 꾸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학자 집안의 소박한 삶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호치민은 「박 호」(호 아저씨)라는 애칭이 말해 주듯이 검소한 생활로 일관했다.화장해 달라는 호의 유언을 거슬려 미이라를 만들어 거대한 「랑주틱」(주석릉)에 안치한 것은 그의 후계자들이었다.문화대혁명도 「천안문 학살」도 없었던 베트남에서 호치민은 영원히 인민의 추앙을 받을 것이다.

김일성이 창시했고 김정일에 의해 발전되고 있다는 주체철학은 실은 황장엽의 작품이라고 한다.북한의 원로 철학자이며 김일성왕조를 떠받쳐 온 이데올로그인 그가 서울에 와서 자신이 한 일을 어떻게 정당화할지 궁금하다.

1997-03-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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