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원(외언내언)

무장원(외언내언)

임춘웅 기자 기자
입력 1997-01-09 00:00
수정 1997-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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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와 조선왕조시대에 걸쳐 1천여년이나 실시됐던 과거에서 장원급제는 실로 대단했다. 일반 급제와는 달리 장원은 즉시 종6품의 실직이 주어졌고 장원행차 또한 요란했다.

왕조시대 장원급제한 젊은 인재를 특별히 칭송했던 것은 후학들을 고무해 나라에 학문하는 풍토를 조성하려는게 주요 목적이었다.

이런 긴 역사와 전통 때문인지 우리 사회엔 1등을 유별나게 좋아하는 풍토가 조성돼 있다.

모든 시험엔 으레 수석이 있게 마련이고 사람들도 시험결과가 나오는 날이면 수석을 기대한다.수석이 나쁠 것은 없다. 인간은 스포츠를 즐기는 본성이있다.당당히 겨뤄 이기는 일,그것도 수석을 하는 것은 자랑스럽고 아름답다.그러나 그것은 같은 조건에서 게임이 공정할 경우다.

수능시험의 경우 선택과목이 다르다. 대학입시에서도 주관식인 논술고사가 있고 각기 다른 학교에서 보낸 학생부 성적이 주요한 기준이 된다. 고급관료의 등용문인 각종 5급 시험이나 사법시험도 시험과목이 동일하지 않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대학의 수석졸업이다. 과마다 배우는 과목이 다르고 같은 과에서도 선택이 다른데 과수석,단과대학 수석,대학교 전체 수석이 나온다.

연세대학교가 이번 입시부터 수석합격자를 내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이유는 금년부터 다단계 전형방법을 채택했기 때문에 우열을 가르기 여렵다는 점과 1등을 발표하는 관행이 비교육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잘한 일이다.

우열을 가르기 어렵다는 것은 게임이 공평치 않다는 것이고 비교육적이라는 것은 점수로 사람을 차별화하는 데서 오는 갖가지 폐해일 것이다.1등짜리는 공연한 교만심을,2등은 불필요한 콤플렉스를 갖게 된다.

이번 연세대의 조치가 다른 모든 대학에 퍼져나가고 각종 다른 시험에도 준용돼 우리 사회의 시험문화를 바꾸는 일대 전기가 됐으면 한다.<임춘웅 논설위원>
1997-01-0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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