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신도시(외언내언)

탈 신도시(외언내언)

반영환 기자 기자
입력 1996-12-23 00:00
수정 1996-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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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따로 있나 정들면 고향이지…」란 유행가 가사가 있듯이 고향은 새로 만들어지기도 한다.그러나 우리나라사람들은 고향에 대한 애착이 남달리 강한 편이어서 「타향살이」의 신산함을 한탄하는 노래가 유난히 많다.

수도권의 분당·일산·평촌·산본 등 5개 신도시가 개발되고 입주한지 4∼5년이 지났다.그럭저럭 정도 들고 애착이 우러날만한 세월이다.그런데도 신도시주민이 39%가 「신도시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놀랄만하다.왜 떠나려 하는 것일까.

첫번째 이유로 서울에 직장이 있어 원거리 출퇴근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76%를 차지한다.분당선·일산선 지하철이 개통되었지만 대중교통수단의 어려움이 서울로의 역류현상을 빚게 하고 있다.신도시가 개발될 때부터 우려해왔던 「베드 타운」(잠만자는 도시)화가 적중했음을 뜻한다.

또다른 이유로 신도시에서 연극과 영화관람 등 문화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불만인 주민이 많고(67.4%) 친구와 가족들간의 모임이 신도시 아닌 외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점도 불편하다(81%).관내파출소와 동사무소가 당초 계획보다 훨씨 미치지 못하는 것도 주민생활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신도시 관내 파출소는 당초계획의 26%(15곳),동사무소는 67%(43곳)만 설치돼 있는 실정.따라서 공공부문의 서비스가 크게 부족하다.공공편의시설이 모자라고 문화시설이 거의 없는 삭막한 환경에서 주민들이 등을 돌리려 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 아니겠는가.

분당은 인구 30만이 넘어 큰 시에 해당된다.그런데 이 거대한 도시에 번듯한 영화관·공연장 하나 없다니 신도시의 텅빈내용을 알만하다.이런 사정은 일산이나 다른 수도권 신도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주택난 해소와 수도권 인구분산을 노려 야심적으로 추진된 신도시개발이 지금 탈신도시의 역풍을 맞고 있는 셈이다.삶의 질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도시는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지 못하는 법이다.<반영환 논설고문>

1996-12-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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