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강추위속 알몸 도강/숨막히는 탈북 과정

눈보라·강추위속 알몸 도강/숨막히는 탈북 과정

김태균 기자 기자
입력 1996-12-18 00:00
수정 1996-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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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조로 나눠 출발… 애들 울까봐 초긴장

17일 가족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진 최현실씨는 두만강을 건너 북한을 빠져나오기까지의 숨막히는 탈출과정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지난해 10월25일 하오8시쯤 김경호씨 일가 등 17명은 함경북도 회령시 망양동에 있는 큰 아들 금철씨(30)집에 모였다.

바깥에는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생사의 갈림길에 섰다는 생각에 모두가 굳은 표정이었다.

탈출에는 어린 아이들이 가장 큰 문제였다.만에 하나 울거나 보채기라도 하면 모든게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윽고 이튿날 새벽 탈북을 결행했다.몸이 불편한 김경호씨가 두 사위의 부축을 받으며 가장 먼저 출발했고,20분 뒤 최현실씨와 딸들이 아이들을 업은채 2개조로 나누어 떠났다.속도가 더딘 김씨 일행은 금방 최씨 일행과 조우했다.

정신없이 뛰어 도착한 두만강의 둑.강둑은 너무도 높았다.거동이 불편한 김씨는 몇번이나 넘어진 끝에 거의 구르다시피 둑을 넘었다.

이어 이들은 강 기슭 후미진 곳에 몸을 숨겼다.최영호씨가 국경경비대 초소를 살피러 갔다올 때까지 30여분동안 손에 땀을 쥐며 간절히 빌었다.

안전을 확인하고 돌아온 최씨가 강 건너편의 조선족 안내인에게 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건너도 된다는 답신이 왔다.

옷이 젖으면 더욱 추울 것 같아 모두 바지를 벗고 강을 건넜다.강을 건넌 뒤 숨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백두산 자락을 뒤로 한 채 중국 심양을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심양­북경­광주­홍콩까지 장장 4천㎞의 탈출 대장정은 이렇게 시작됐다.<김태균 기자>
1996-12-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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