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동산의 이할머니/김명승 전국부 기자(오늘의 눈)

아가동산의 이할머니/김명승 전국부 기자(오늘의 눈)

김명승 기자 기자
입력 1996-12-13 00:00
수정 1996-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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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이번 일로 여기서 쫓겨나는 것은 아닌지…』

경기도 이천시 사이비종교단체 「아가동산」에 사는 81살의 이할머니는 12일 아침 여느날과는 다른 하루를 맞으며 조바심을 쳤다.

지난 89년 친지의 손에 이끌려 이곳에 발을 디딘 이할머니는 지금까지 7년이 넘는 세월동안 비록 좋은 옷과 음식을 입지도 먹지도 못했어도 모처럼의 안정(?)된 생활을 해왔기 때문이다.

『새벽 7시부터 밤 10시까지 밥먹는 시간을 빼고는 일을 했지.돈은 못받아도 아가야님이 다 알아서 해주니까 아무 걱정은 없었어』

얼마전부터 하루종일 마늘 까는 일을 해 갈라진 손가락 끝부분이 아리기는 했지만 하루 세끼 먹는 것과 잠자리,몸뚱아리를 가릴 수 있는 옷가지로 만족했다는 얘기다.

현재 「아가동산」에 살고 있는 신도는 줄잡아 30여가구 150여명.이 가운데 이할머니와 같은 입장의 노인들의 숫자만도 20여명에 이르고 3∼4명은 거동조차 힘들다.

이들이 착취에 가까운 노동을 하면서도 아가야님을 따른 것은 교주 김기순씨의 말과 같이 영생을얻기 위한 것도 신이 되고 싶어서도 아니다.

다만 먹고 자고 입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몸부림일 뿐이었다.

『늙은이가 함부로 말해도 되는 거에요』

어느결에 다가왔는지 40대 열성 여신도가 싸늘한 시선을 할머니에게 던지자 이할머니는 순간 당황했다.

이날 「아가동산」의 점심 식단은 닭국이었다.혹시나 이것이 마지막 식사나 되지 않을까 수심이 가득찬 얼굴로 부지런히 수저를 놀리는 이할머니를 보면서 우리 모두가 노인들의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6-12-1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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