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냄비(외언내언)

자선냄비(외언내언)

황석현 기자 기자
입력 1996-12-04 00:00
수정 1996-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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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자선냄비가 4일부터 전국 69개 시·구·군·읍 180여곳에 등장한다.해마다 이맘 때면 나타나는 세밑의 한 모습이지만 올해는 자선냄비에 담긴 소중한 뜻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올해의 모금목표액은 11억원.불우이웃을 돕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그러나 자선냄비는 모금되는 액수보다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에 보다 큰 뜻이 있다.

자선냄비는 1891년 성탄절전야,미국 샌프란시스코 구세군의 한 여사관이 조난선원을 돕자며 길거리에 모금냄비를 내건 것이 효시가 됐고 이것이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우리나라에서는 1928년 12월15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등장한 것이 처음이었다.

출발의 동기가 말해주듯 자선냄비는 가난한 사람의 몫이다.부자들은 이 냄비를 거들떠 보지도 않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적은 돈을 부끄러워하면서 정성스럽게 집어넣는다.자신도 어렵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가슴아파하면서 내미는 그 적은 돈은 부자가 적선하는 기분으로 내놓는 뭉치돈보다 가치가 크다.

자선냄비의 뜻은 불우이웃돕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우리 사회는 지금 과소비에 멍들고 윤리부재로 인한 갖가지 범죄로 얼룩져 있다.거기에다 일하기 싫어하는 풍조는 날로 확산되고 있다.이러한 때 딸랑딸랑 울려퍼지는 자선냄비의 종소리는 우리 모두에게 경종이 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과소비로 흥청거리는 사람,돈에 눈이 멀어 갖가지 부정을 일삼는 사람,정치를 난장판으로 만든 사람들은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슴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새해는 여러면에서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한다.그러나 어떤 어려움도 마음먹기에 따라 극복할 수 있다.질서를 지키고 신의를 존중하는 사회,사랑과 평화가 깃드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우리 모두가 손을 잡고 힘을 합해야 한다.자선냄비의 종소리가 너나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반성의 계기를 마련해주고 분발을 촉구하는 큰 울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황석현 논설위원>

1996-12-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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