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잠수함 왜 무리한 접안 시도했나

북 잠수함 왜 무리한 접안 시도했나

박상렬 기자 기자
입력 1996-09-22 00:00
수정 1996-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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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간첩 월북·요인납북 기도 추정/공작대상은 노출되면 안되는 거물/대좌 직접 현장지휘 “최소 이선실급”/“대좌사살도 공작대상 감추기 위한 것” 분석

북한 잠수함은 왜 위험을 무릅쓰고 해안접안을 시도했을까.

이번 무장공비 침투사건은 북한 잠수함이 좌초되면서 표면화됐다.만약 통상적인 수법대로 잠수함을 해안에서 일정거리 떨어진 곳에 정박시켜 놓고 침투와 귀환을 반복했더라면 쉽사리 발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생포된 공비 이광수의 진술로 볼 때 북한 잠수함은 지난 15일부터 3차례에 걸쳐 강릉시 남쪽 해안 30∼40m 지점까지 접근했다.특히 17일 밤에는 해안에 잠수함을 붙이는 접안을 시도하다가 모래와 바위에 걸려 좌초되면서 18일 0시20분쯤 택시운전기사 이진규씨에게 발각됐다.

잠수함의 접안시도는 전례 없던 일이다.북한이 간첩을 남파할 때 잠수함이나 잠수정을 해안에서 1백m이상 떨어진 곳에 정박시킨 뒤 소형 상륙정이나 헤엄을 쳐 상륙하는 것이 상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안에서 사람이 직접 잠수함에 직접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육지에 바짝 붙이려 했다.3백t이 넘는 잠수함을 해안선에 3번이나 바싹 근접시켰고 마침내 접안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대남 전문가들은 거물급 간첩의 월북이나 남한의 요인 납치공작의 가능성을 제시한다.육지에서 해상의 잠수함으로 옮겨타기까지 노출시간을 최소로 줄여야 할 정도로 비중있는 인물이 이번 공작대상에 포함됐을 것이라는 뜻이다.

지난 19일 청학산 정상에서 발견된 11명의 시체 가운데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국 해상처장인 대좌(대령급)와,부처장인 상좌(중령급)가 포함된 것도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대남 해상침투업무의 실무 최고 책임자인 해상처장이 직접 지휘를 하거나 영접해야 할 정도로 거물이 공작대상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은 6·25이후 최고의 거물급 간첩으로 꼽히는 북한 연락부 부부장급인 이선실이 강화도 해상에서 월북할 때도 이번과 비슷한 「영접」을 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탑승자 전원이 장교인데다,승조원들이 출발 때부터 한국산 청바지와 운동화로 위장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청학산 정상에서 사살된 채 발견된 11구의 시체 가운데 대좌·상좌 등 고급장교들이 포함된 것도 공작대상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비밀 공작내용은 해상처장과 부처장,침투조 3명 등 5명 정도만 아는 극비사항일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이러한 추론이 사실이라면 생포된 이광수는 「공작내용」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박상렬 기자>
1996-09-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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