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함을 잃은 영 왕세자부부 이혼(해외사설)

숭고함을 잃은 영 왕세자부부 이혼(해외사설)

입력 1996-07-16 00:00
수정 1996-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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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는 이제 왕비가 될 수 없고 「왕세자비 전하」라는 칭호도 더이상 사용할 수 없다.대신 왕위 상속자였던 찰스 왕세자의 왕위계승 문제도 새로 검토되고 있다.15년 결혼생활을 통해 영국언론에게 좋은 화젯거리를 제공해 왔던 왕세자 부부는 이제 이혼하기로 합의했다.

3년전부터 시작된 왕세자부부의 불화와 별거는 이로써 끝났다.찰스 왕세자의 왕위계승 전망이 어두워졌다.부부관계의 파경은 다이애나비의 공개로 불거져나왔고 이런 소식은 필부들의 무료함을 달래주었을 것이다.이것이 전통을 자랑해온 영국왕실의 모습이다.

하지만 해도 너무 한다.이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왕세자에게 한 표현이기도 하다.부부 문제에서 숭고함이 없어졌다.애정 문제가 언론의 질낮은 보도와 금전 문제로 얽혀졌다.수많은 언론들이 그들의 사생활 문제를 보도했다.그것은 왕세자비가 그렇게 만든 것이기도 했다.이제는 소설처럼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사람들은 1천5백만파운드의 위자료는 마음의 상처를 달래는 것이고 찰스 왕세자에게는 자유를 가져다 주었다고 평가한다.왕세자 부부의 이혼을 보면 결론적으로 말해 영국의 관습이 죽었음을 알 수 있다.보수적인 영국인들은 공화주의자가 되려 하지 않는다.입헌군주제는 국가정체성의 강점으로 남아 있으며 영국인들은 혁명을 일으키지는 않는다.이혼 발표로 영국 입헌군주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됐다.

유럽에서 지금까지 유일하게 보존돼 왔던 영국의 왕실은 종말을 고하는 듯하다.시민들은 그동안 왕실을 신화화하면서 그 존재가치를 인정해 왔다.그리고 왕실의식이 화려하고 시대착오적이지만 이를 지지해 왔다.하지만 이제는 이에 대한 왕실의 설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중적이고 존경을 받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떠나간 뒤에 다음 군주는 더욱 검소하고 현대적이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할 것이다.그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찰스 왕세자도 이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제까지의 영국왕실에 비춰볼 때 그것은 가히 혁명에 못지 않는 일일 것이다.<프랑스­르몽드 7월14일>
1996-07-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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