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여느때와 달리 이른 퇴근을 해서 집으로 갔다.아이들이 늘 늦게 오는 어미를 불안과 초조로 기다려주던 때가 바로 어제 같은데,어느결엔가 더 이상 아이들은 나를 기다리지 않게 되었다.언제나 혼자 지내는 사무실에선 전혀 「심심하지」않은데,네 식구가 사는 집에 열쇠를 따고 들어가면 갑자기 심심해진다.
텔레비전을 켰더니 어떤 중년여자가 아주 호소력 있게 가요를 부르고 있었다.내 마음을 순식간에 흔들어놓아 나는 외출복도 갈아입지 않고 앉아서 그걸 보았다.노래 부르는 여성이 도무지 가수 같지는 않고 그런데 실력은 대단한 것 같고….아니나 다를까,주부가요열창이었다.화면은 간간이 노래하는 주부의 남편임이 분명할,흥분한 남자의 표정을 잡았고….곧 최고점수를 딴 주부가 결정되었고 지난 주의 장원과 다시 겨루고….그런데 최고 점수로 장원이 되었다는 호명을 받은 주부는 감격에 겨워 노래부르던 모습보다 더 절실하게 눈물을 흘렸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얼마나 오래도록 저 가수의 꿈을 누르고 지냈을까.저 정도로 부르려면 애당초타고난 재능이 있었을터인데.어릴 때 주위에서 『노래 잘 한다』고 칭찬도 많이 들었을텐데.그 꿈을 가슴에 묻고 「주부」로 십년 이십년 삼십년을 살았을테니.
물어보지 않아도 그 벅찬 감회 속에 서린 서러움을 뭉클하게 만질 수 있었다.
내가 비록 운이 좋아 소설가로 행세하며 그 일로 밥 먹고 살아가지만 아마 나보다 더 큰 재능을 가진 여성들이 꿈을 서러움으로 묻고 「주부」로 살아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을까 짚어진다.
사람은,그럴 것이다.가진 재능을 그것보다 더 크게 펼치고 살기도 하고 큰 재능을 깊이 묻고 살아가기도 하고,그래서 우리는 자기 자리에서 누구나 겸손해야 한다.당연한 이치다.
텔레비전을 켰더니 어떤 중년여자가 아주 호소력 있게 가요를 부르고 있었다.내 마음을 순식간에 흔들어놓아 나는 외출복도 갈아입지 않고 앉아서 그걸 보았다.노래 부르는 여성이 도무지 가수 같지는 않고 그런데 실력은 대단한 것 같고….아니나 다를까,주부가요열창이었다.화면은 간간이 노래하는 주부의 남편임이 분명할,흥분한 남자의 표정을 잡았고….곧 최고점수를 딴 주부가 결정되었고 지난 주의 장원과 다시 겨루고….그런데 최고 점수로 장원이 되었다는 호명을 받은 주부는 감격에 겨워 노래부르던 모습보다 더 절실하게 눈물을 흘렸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얼마나 오래도록 저 가수의 꿈을 누르고 지냈을까.저 정도로 부르려면 애당초타고난 재능이 있었을터인데.어릴 때 주위에서 『노래 잘 한다』고 칭찬도 많이 들었을텐데.그 꿈을 가슴에 묻고 「주부」로 십년 이십년 삼십년을 살았을테니.
물어보지 않아도 그 벅찬 감회 속에 서린 서러움을 뭉클하게 만질 수 있었다.
내가 비록 운이 좋아 소설가로 행세하며 그 일로 밥 먹고 살아가지만 아마 나보다 더 큰 재능을 가진 여성들이 꿈을 서러움으로 묻고 「주부」로 살아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을까 짚어진다.
사람은,그럴 것이다.가진 재능을 그것보다 더 크게 펼치고 살기도 하고 큰 재능을 깊이 묻고 살아가기도 하고,그래서 우리는 자기 자리에서 누구나 겸손해야 한다.당연한 이치다.
1996-05-1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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