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의 안타까움/김수정 문화부 기자(오늘의 눈)

정명훈의 안타까움/김수정 문화부 기자(오늘의 눈)

김수정 기자 기자
입력 1996-04-20 00:00
수정 1996-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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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표」 스파게티소스를 개발,그 돈으로라도 환경기금을 마련하고픈 심정입니다』 19·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환경예술제 참석차 일시 귀국한 지휘자 정명훈씨의 심정은 답답하기만 하다.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는 그가 매번 서울땅을 밟을 때마다 느낀 것은 우리환경의 심각한 오염상태.광복50주년 음악회 참석등으로 자주 한국을 방문한 지난해,그는 자신의 연주활동이 환경되살리기에 일익이 된다면 기꺼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정씨의 뜻에 기업들도 호응,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서울시는 환경공원 예정지까지 결정해 바로 언론에 발표하는 등 모든 일은 순식간에 잘 이루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귀국한 정씨는 지난해 완결된 듯한 모든 환경논의가 없던 사실로 변해버렸음을 발견했다.바로 기업의 「이익논리」와 시당국의 「정치논리」 때문이었다.

지난해 첫 환경예술제는 기업들의 협조로 어린이들이 무료입장할 수 있었다.그러나 올해 두번째 공연에서는 사정이 다르다.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눈길에서 한칸비켜난 클래식공연을 통한 환경메시지 전달,특히 구매력이 없는 어린이를 대상으로한 공연에서 슬그머니 발을 빼 더 이상 지원하지 않았다.또 이해찬 당시 부시장이 「꼭 책임지고 환경공원을 만들겠다」고 한 약속은 그가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시청을 떠나면서 백지화된 상태다.

정씨는 새로 만들어질 환경공원에서 세계환경음악제를 열것을 계획하고 루치아노 파바로티·플라시도 도밍고·요요마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에게 자선공연을 제의했고 모두 「오케이」했는데 이제와서 「난감하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을 광고모델로 이용하기 위해 수억원을 싸들고 「상업주의」로 일탈하지 않으려는 그를 유혹해왔다.또 당국은 정명훈이란 예술가의 존재를 하나의 잣대로 우리나라의 문화경쟁력 점수를 매겨온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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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공익성을 외면한 이익추구와 정책결정권자들의 자리 바뀜에 따라 바뀌는 조령모개식 행정은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이번 일은 참으로 안타깝다.기업과 정부는 눈앞의 이익과 공명심만 챙기려 드는데서 벗어나 그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그것은 이 시대 명인과의 약속이행이라는 단순함을 넘어선다.환경되살리기는 다음 세대와 우리의 땅에 대해 우리 세대가 지켜야할 「약속」이고 당연한 「책임」이기 때문이다.
1996-04-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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