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선거(외언내언)

종교와 선거(외언내언)

김성익 기자 기자
입력 1996-03-22 00:00
수정 1996-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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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분리의 원칙은 종교의 정치지배라는 중세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근대시민국가의 출발점으로 확립되었다.우리 헌법도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명문화하고 있음은 물론이다.법학에서는 이 조항이 국가가 특정종교 지원이나 보호를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뿐인가,또는 종교에 대해서도 정치개입을 금하는 뜻인가를 두고 논란이 있어왔다.정설은 종교적인 정당의 구성과 활동은 가능하지만 종교단체의 정치개입은 금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난 시대 민주화과정에서 종교가 친정부,반정부로 나뉘어 내부갈등 또는 권력과의 충돌을 겪으며 중요한 정치적 기능을 수행해 온 전통이 있다.선거에서도 종파와 지도자에 따라 개입을 했던 예가 적지않다.어떤 종파들은 대통령선거 같은 때면 아예 뒷거래를 통해 종파의 민원해결과 몰표지지를 맞바꾸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종파와 정파의 이해결탁,상호이용이라는 아름답지 못한 관행이 일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선거가 신도들의 표를 모아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셈이다.

4·11총선이 다가오면서 지역에 따라 종교단체들이 총선에 임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5,6공에 가담했던 인사들의 낙선운동을 주장하기도 하고 지연 학연을 버리자는 캠페인도 있다.그런가하면 같은 종교를 믿는 후보를 밀어주자는 것도 있는 모양이다.

종교도 세속적 존재이므로 선거를 세력확대와 선전의 호기로 이용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그러나 법을 어기거나 집단이기주의의 추한 모습이어서는 곤란하다.특정후보에 대한 불법적인 지지 혹은 반대는 선거의 공명을 해치는 일이기도 하다.그렇지 않아도 지역·정파·세대간 대립으로 사회가 분열될 판에 종교단체까지 나서서 갈등을 부추켜 위험한 종교싸움을 벌이게 된다면 나라가 어떻게 될 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정치와 종교는 사회의 갈등을 풀고 통합을 이루는 같은 사명을 갖고있다. 그러한 통합과 정화의 의식이 선거다.종교계가 자제와 엄정중립으로 협력에 앞장서야 할 일이다.<김성익 논설위원>

1996-03-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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