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주면 지지”유권자가 탈법 부채질(선거풍토개혁 내손으로:8)

“…해주면 지지”유권자가 탈법 부채질(선거풍토개혁 내손으로:8)

김성수 기자 기자
입력 1996-03-18 00:00
수정 1996-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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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조정·터미널 이전 요구 등 민원 봇물/선심공약 남발하는 후보자에게도 문제

국회의원 선거는 동네의 「민원 해결사」를 뽑는 것이 아니다.특히 유권자가 선거철에 개인민원이나 집단 이기주의를 표와 맞바꾸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선거의 본래 취지는 빛바래게 된다.

4·11 총선에서 서울 도봉을 선거구에 출마하는 한 후보자는 지역구 구석구석을 누비느라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판에 각종 민원은 봇물처럼 쏟아진다.

이른바 달동네가 있다보니 『수돗물을 잘 나오게 해 달라』 『하수도를 고쳐달라』 『지하수를 개발해 달라』는 등의 요구가 줄을 잇는다.

『지방자치 시대라 구청장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고 떠넘기지만 『책임회피』라는 불만이 터져나올까 걱정된다.자칫 말 한마디라도 잘못 했다가는 금방 욕으로 변하기 십상이다.최대한의 성의를 표시할 수밖에 없다.

모 야당의 운동원은 『아들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배정되도록 해주면 자원봉사원으로 일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나오기까지 했다.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상당수 출마 예정자들이이 후보자와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한때」를 놓치지 않으려는 주민들의 요구가 빗발치지만 이미 해당 관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판정한 사례들이 대부분이다.민원인들끼리 이해가 엇갈려 섣불리 한쪽 편을 들 수 없는 사안도 많다.

하지만 한표가 아쉬운 판에 무작정 외면할 수도 없다.일부는 표를 볼모로 금품과 향응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며 불법 타락 선거를 부추긴다.

서울 지역구의 L의원은 국유지를 점유해 사는 빈민층으로부터 이 땅의 소유권을 넘겨받도록 해 달라는 민원을 받고 고민한다.사유지는 20년간 별 문제 없이 살면 소유권을 인정받는 길이 있지만 국유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또 서울의 J지구당위원장은 청량리 청과물시장 지게꾼들의 집단민원으로 고민한다.구리시로 옮기는 청과물시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부탁이다.구리시와 접촉하겠다고 대답했지만 해결 방안은 뚜렷하지 않다.

서울 중랑 K지구당위원장도 면목천 복개도로 부근에 사는 주민으로부터 『집앞에 횡단보도나 지하도를 설치해 주면 지지하겠다』는 전화를받았다.주민들의 연대 서명을 받아 관할 경찰서 교통계에 갖다주라고 일러주었지만 혹시 「감표 요인」이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국회 교육위에 소속된 서울지역 P의원에게는 고등학교의 학군을 조정해달라는 민원이 쇄도한다.학교가 너무 멀다는 것이다.능력 밖의 일이라 서울시교육청에 얘기를 해 주는 정도다.

서울 서초 C지구당위원장은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주변의 교통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터미널을 옮겨달라는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난감하다.상가 입주자들은 이전을 절대 반대하기 때문이다.어느 편도 들어주기 어렵다.

한양대 지방자치연구소 이기옥 교수(57·여·행정학)는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에게 무리한 민원이 폭주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님비(NIMBY·혐오시설은 우리 동네에 설치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와 핌피(PIMFY·좋은 시설은 우리 동네에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현상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어 『들어줄 수 없는 무리한 민원은 정당차원에서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공명선거실천협의회 공동대표인 손봉호 서울대교수(사회교육학)는 『민원이 쇄도하더라도 표를 얻기 위해 실현 불가능한 선심성 공약을 하지 않겠다는 후보들간의 협의와 약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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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유권자들의 무리한 요구는 후보자들로 하여금 선거법을 위반하게 하는 빌미가 된다』며 『공명선거가 정착되려면 유권자의 의식부터 먼저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성수 기자>
1996-03-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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