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우상」/서정아문화부기자(오늘의 눈)

잃어버린 「우상」/서정아문화부기자(오늘의 눈)

서정아 기자 기자
입력 1996-02-01 00:00
수정 1996-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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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누가,누가 우리를 붙잡아 줄건가요』

「서태지와 아이들」이 공식적으로 은퇴 기자회견을 가진 31일 이들을 「10대공화국의 대통령」으로 받든 한 여학생팬은 이같이 하소연했다.

진짜 대통령의 기자회견장을 방불케 할 정도의 취재열기와 방송의 생중계가 반영하듯 「서태지와…」의 은퇴는 팬들의 아쉬움을 넘어 사회적 뉴스로 자리잡았다.

처음 은퇴소식이 보도된지 10일째,그동안 언론의 관심은 일제히 서태지라는 20대청년에게 쏠렸고 서태지는 영웅에서 돈맛을 안 탁월한 경영가로까지 오르 내리기를 수없이 반복했다.이제까지 기성인,특히 지식인들이 대중연예인에게 보여준 무관심이나 몰이해와는 매우 다른 양상이었다.

음악을,그것도 어른들이 시끄럽다며 귀를 막는 록음악을 하겠다고 고등학교를 자퇴한 서태지,음악 이외는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고 여긴 서태지는 노래를 만드는 데에만 집중했으며 언제나 새로움과 파격을 추구했다.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전혀 새로운 장르와 춤,의상을 들고 나와 가요계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을 뿐아니라 공연윤리위원회의 가사수정 요구에는 가사를 전면삭제하고 머리염색을 하지 말라는 방송사에는 출연하지 않았다.

이들의 특성은 90년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곧 신화가 되었다.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며 살 것,자기를 옭아매는 구태와는 단호히 결별할 것,권위에 복종하지 않고 「성깔」을 부릴 것등.

교실에 갇힌 10대들은 「서태지와…」만이 자기들을 대변해준다고 확신했고 이들의 열광적인 지지자가 됐다.서태지를 통해 통일의식을 높였고(「발해를 꿈꾸며」),교육제도를 소리높여 비판해 보았으며(「교실이데아」),가출해서도 집에 돌아갔다(「컴백홈」)고 「서태지와…」의 팬들은 주저없이 말한다.

스스로 내세운 「대통령」을 잃어버렸다고 상심해하는 10대들.이들은 또 어떤 새로운 영웅을 맞이할 것인가.우리 「심각한 어른들」이 이들의 빈 가슴을 채워주는 일,그것은 「서태지…」처럼 눈높이를 맞추어 주는것 아닐까.지금 그 때가 온 것 같다.
1996-02-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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