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분석” 새 선거기법 개발/“지역구 조사… 홍보전략 마련” 선전

「과학적 선거전략 제시로 총선 입후보자를 잡아라」

오는 4월11일 실시되는 15대 총선이 석달 안쪽으로 다가오자 정치광고회사들은 저마다 「과학적 선거기법」을 내세우며 치열한 고객유치전에 나서고 있다.상품이 좋아야 손님도 많다는 논리다.

지난 92년의 14대총선이나 지난해 6·27 지방자치선거 때만 해도 인맥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입후보자와 수의계약을 맺었던 수주관행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특히 출마예정자들 사이에 이른바 「프리젠테이션」(선거기획 설명회)이 확산되면서 이같은 양상은 한층 두드러지고 있다.이는 입후보자들이 3∼4개의 정치광고회사들을 한자리에 불러 놓고 회사마다 제시한 유권자 분석자료나 선거기획내용 등을 검토,가장 유능하다고 판단되는 회사를 선택하는 방식을 일컫는다.제조업 상품의 거래에서 볼 수 있는 이같은 「품평회」방식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전근대성을 면치 못하던 이 업계의 거래관행에도 공개경쟁원리라는 새바람이 불어닥쳤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출마예정자들이 선거법의 엄격한 규제 때문에 표몰이의 유효한 수단으로 거액의 자금이나 방대한 조직 대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선거기획전략에 큰 비중을 두게 된 때문이다.

이같은 수요자들의 요구에 따라 지난 5∼6년간 실력을 인정받아 업계의 선두그룹을 형성하던 10여개 유명 정치광고회사들도 새로운 선거기법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M기획은 지난해말부터 40여건의 설명회 참석요청을 받고 3∼4개의 경쟁업체들과 함께 출마예정자와 선거참모들 앞에서 공개테스트를 받아 이 가운데 7곳과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 회사 박성민(34)대표이사는 『설명회 때 미리 준비한 70∼80쪽 분량의 선거기획 보고서를 제출하고 슬라이드로 만든 선거운동기간중의 활동일정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등 치밀함을 부각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특히 사전에 여론조사를 통해 분석한 출마예정자의 지역구 특성과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에 대한 자료를 무료로 제공한 것이 고객의 호감을 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달동안 10여건의 설명회에 참여해 3곳과 계약을 맺는 성과를 올린 A기획도 유권자 성향의 분석 및 출마예정자의 강점과 약점 등을 분석한 데이터 중심의 과학적인 자료를 제시한 것이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 회사 이동규(36)이사는 『정세 판단력이나 선거기획 능력을 총체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설명회와 같은 방식이 앞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는 선거 때면 반짝수요를 노려 생기는 정치광고회사들의 난립을 막고 우리의 선거문화 수준을 한층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환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