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속 분계선서 북 보도진에 포즈/우성호 선원 귀환 이모저모

긴장속 분계선서 북 보도진에 포즈/우성호 선원 귀환 이모저모

입력 1995-12-27 00:00
수정 1995-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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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은혜 잊지 않겠다” 북측에 작별인사/“살이서 떤난 사람이” 유골 붙잡고 오열

○…북한측은 우성호 선원들을 송환하기 직전인 26일 하오 3시56분 신흥광씨(37)등 사망한 선원 3명의 유골을 든 인도관계자들을 먼저 판문점 군사정전위 본회의실 근처로 내보내 송환에 대비.

이어 하오 3시58분 박재열씨(44)등 생존선원 5명이 긴장한 표정으로 판문점 북측지역인 판문각계단을 걸어내려오기 시작.

이들은 군사분계선을 넘기전 북측관계자들로부터 무언가 귀띔을 받은뒤 들고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일제히 북측을 향해 돌아서 북측 보도진과 배웅나온 관계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기도.

이어 북측을 향해 『남포엄마만세!』라고 외치며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

일부선원은 『저희를 아는 모든 분들 안녕히 계십시오』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기도 했다.

○…남북회담사무국 전방사무소에 설치된 임시분향소에 대기중이던 유족들은 하오 4시20분쯤 유골이 도착하지 일제히 오열.

유족들은 흰보자기에 싸인 유골들을 보자 제대로분향도 못한채 유골을 부둥켜안고 이름을 외치기도.

우성호 피격 당시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심재경씨의 누나 영희씨는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이렇게 죽어서 돌아왔느냐』며 말을 잇지못했다.

북한에서 조사를 받다 병사한 것으로 보도된 선원 이길룡씨 유족들은 『평소 그렇게 건강했는데 병사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망연자실한 표정.

선원 박재열씨는 가족들에게 『다시 고향에 돌아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도 『(북측이) 고향에서 설이라도 지낼 수 있도록 하기위해 돌려 보내준 것 같다』고 말하며 안도의 한숨.

선원들은 『처음엔 남포의 어느 여관에선가 3개월동안 조사를 받았으며 이후 원산 송도원 휴양소로 옮겨 줄곧 지내다 마지막 일주일은 평양에서 지냈다』며 『가혹행위등 고생은 없었으며 식사나 잠자리도 괜찮았다』고 설명.

○…이날 판문점을 거쳐 송환된 우성호 선원 5명과 유해 3구는 하오 5시45분쯤 경찰차량의 선도를 받으며 서울 종로구 평동 서울적십자병원에 도착.

선장 김부곤씨(34) 등 생환자 5명은 상기된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린뒤 병원로비에서 기다리던 가족들과 약 1분간의 포옹으로 상봉의 기쁨을 대신하고 입원실로 직행.

이들은 『살아 돌아와 기쁘다』면서 『지난 22일 고향으로 가게 된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정말 고향땅을 밟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기쁨을 표시.

○…심재경(35),신흥광(37),이일용씨(59)의 유해가 안치된 영안실에는 유가족 20여명의 통곡소리만이 흘러나올 뿐 생환자들이 도착한 로비의 들뜬 분위기와 극명한 대조.

전남 여수에서 상경한 심씨의 형 태욱씨(39)는 소아마비로 장애인이 된 자신을 위해 결혼도 안한 채 외항선을 타며 가족을 이끈 동생의 죽음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려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판문점=구본영 기자>

◎선장 김부곤씨 회견/북여관서 조사받아… 가혹행위 없었다

북한에 억류된지 7개월만에 판문점을 통해 귀환한 우성호 선장 김부곤씨(34)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밖 남쪽에 위치한 남북대화사무국 전방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피랍경위와 북한에서의 생활 등에 관해 설명했다.

­나포경위는.

▲항해미숙으로 북한영해를 침범했다.

­도주했나.

▲항해중 앞을 분간하지 못했다.북한경비정이 갑자기 나타났다.그래서 도주하기 시작했다.경비정이 총을 쏘며 정지명령을 내렸으나 계속 도주하다 잡혔다.

­억류기간중 대우는.가혹행위는 없었나.

▲구타등 가혹행위는 없었다.식사도 괜찮았고 여관에 죽 머물러 있었다.처음 한달간은 선원들이 분리되어 조사받았다.조사기관이나 조사원들 이름은 모르겠다.한달이 지난뒤 두명이 같이 있게 해주었다.

­지난 9월25일 북한방송에 출연한 것은 강압에 의한 것인가.

▲북한당국이 (남한이)우리를 헐뜯는다고 해서 시킨대로 한 것이다.

­군사분계선을 넘을때 「감사합니다」라고 한 것은 시켜서 한 일인가.

▲아니다.북측이 대우를 잘해 주어서 스스로 한 것이다.

­북한체류중 방문한 곳은.

▲남포·평양·원산·묘향산에 갔었다.<판문점=구본영 기자>

▷86우성호피랍 일지◁

△5·27 16:00=제85·86 우성호 산동반도앞 해상에서 중국어업지도선에 피랍

△5·29 15:00=제86우성호 벌금고지서 갖고 인천을 향해 출발

△5·30 12:40=서해 북방한계선 북방해상서 총격 납치됨

△5·30 17:10=북한 「중앙방송」,정체불명 선박 나포 발표

△6·13=대한적십자사 송환 위한 판문점 접촉 제의

△6·15=북,판문점 접촉 거부

△6·19=베이징 1차쌀회담 송환 요청,북한 「당국 조사뒤 가능」언급

△9·20=북한 「중앙통신」송환시사.사상자 발생 시인

△9·27=베이징 3차쌀회담 송환합의 못봐

△12·22=「중앙통신」,26일 판문점 통한 송환 발표

△12·26=송환
1995-12-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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