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번째 시집 「시간의 속도」 출간 원로시인 조병화씨

42번째 시집 「시간의 속도」 출간 원로시인 조병화씨

손정숙 기자 기자
입력 1995-11-16 00:00
수정 1995-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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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시간 앞에선 누구나 나그네지요”

조병화 시인(75)이 마흔두번째 시집 「시간의 속도」를 융성출판사에서 펴냈다.서울 혜화동 로터리에 위치한 시인의 작업실에서 어느덧 트레이드 마크가 된 파이프 담배에 눌러쓴 베레모 차림의 시인을 만났다.

『창작시집과 시선집·수필집을 합쳐 여태 펴낸 책이 백여권쯤 될겁니다.한데 쌓으면 내 키보다 커질 거예요』

평생 특정 유파에 휩쓸리지 않고 삶자체의 물음에 충실했던 시를 자랑삼는 시인이지만 이번 시집엔 유한한 삶의 조건앞에 혼자 던져진 이의 목소리가 유독 쓸쓸히 울린다.

<가깝게 있던 사람들이/하나 둘 멀리 떠나가고 있습니다//이렇게 멀리 떠나다가/아주 멀리 떠나서/회상이라는 곳에 잠시 머물다가/그곳에서도 아주 멀리 떠나서/기억으로도 도달할 수 없는/아주 먼 곳으로 사라지겠지요//아,이 세월,//나는 지금 내 세월의 끝머리를/어머님 하늘 아래서 머물고 있습니다//다 잊고>「먼 곳」

『그렇게 느끼는 것뿐인진 모르지만 나이들수록 시간은 더 빨리 흘러요.흐르는 세월앞에선 누구나나그네지요』

그는 이번 시집에 수채시화 네편을 포함,컷도 직접 그려넣었다.작업실에 아크릴 물감을 상비해두고 수시로 펜과 바꿔잡는다는 그는 이미 수차례 전시회와 시화전을 가진 「경력」화가.『그림을 그리고 나면 금세 시상이 떠오르고 시를 쓰면 자연스레 시화가 따라나온다』며 다음번엔 컬러시화집을 낼 계획도 세워뒀다.

『시를 흔히 열정적인 젊은이용으로만 보기 쉬운데 시야말로 노인들에게 종교이상의 위안을 주는것』이라며 『내 시가 바로 그런 손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지은이의 노안엔 어린애같은 웃음이 번졌다.<손정숙 기자>
1995-11-1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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