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0주년 기념 제1회 서울신문 국제포럼 토론내용­Ⅰ

창간 50주년 기념 제1회 서울신문 국제포럼 토론내용­Ⅰ

입력 1995-10-31 00:00
수정 1995-10-3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남북이념 통합돼야 통일 가능

서울신문 창간50주년을 기념하여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서울신문 국제포럼에는 국내외의 저명한 교수와 한반도전문가들이 모여 한민족 통합을 위한 여러가지 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제1주제(정치군사통합)와 제2주제(사회경제통합)로 나누어 상·하오에 걸쳐 벌인 이날 토론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편집자주>

◎나웅배 통일부총리 기조연설 요지/“핵 반드시 저지… 교류는 단계적 확대”

화해와 협력을 통해 민족의 앞날을 열고자 하는 우리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냉전적 대결노선을 고수하고 있다.우리측이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에 대해 15만t의 쌀을 지원했으나 북한측은 우리측에 무장공비를 남파했다.북한이 이러한 대결노선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안팎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을 맞고 있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핵개발을 카드화하는 극단적인 수단을 통해 대외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데서 북한의 절박한 위기감과 고립감을 엿볼 수 있다.북한은 또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경제난을 겪고 있다.식량사정은 매년 2백50만t 내외가 부족량이 누적되어온 상황에서 지난 여름에 발생한 수재로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

북한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개혁·개방밖에 없다.그러나 북한은 체제유지에 역작용을 일으키지 않을까 이를 우려하고 있다.북한이 세차례의 남북회담에서 우리로부터 많은 것을 얻으려 하면서도 당국간 정상적인 대화를 기피하고 우성호선원 송환 등 인도적인 문제에까지 경직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그러나 북한은 개방과 개혁 및 화해하고 협력하는 역사의 대세를 언제까지 외면하고만 있을 수 없다.분단을 강요했던 냉전체제가 사라짐으로써 통일은 민족의 자주적 역량에 달린 문제가 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점진적인 방향의 통일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화해협력의 단계에 진입하는 것은 절실하고도 시급한 당면과제다.우리가 1천8백50억원에 상당하는 쌀을 북한에 지원한 것은 순수한 동포애적 차원에서 취해진 조치다.우리는 남북간 경제협력과 사회분야의 교류도 단계적으로 넓혀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민족통합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확고히 지켜나갈 것이며 이를 위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

현재 한반도에서는 40여년간 평화를 유지해온 정전협정체제가 도전을 받고 있다.한반도 평화체제는 남북당국간에 협의·해결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며 남과 북은 기본합의서를 통해 이 문제에 관한 남북당사자 해결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신뢰는 모든 관계의 기초인만큼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에 대한 성실한 이행이 중요하다.

◎손주환 서울신문 사장 개회사 요지/“국제정세 급변… 지금이 통일준비 적기”

21세기의 한국을 내다보는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오랜 연구끝에 마련한 한 장기정책보고서는 『21세기에는 한민족의 통일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며 민족공동체의 구상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물론 한반도 통일의 가능성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오늘날 남북관계의 객관적인 현실에비추어 볼때 다소 앞선 기대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국제정세의 급변과 한반도 내외정세의 역동적인 변화에 힘입어 예기치 못한 「어느 한 시기」에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본다.더욱이 객관적인 측면,즉 북한 사회주의체제가 세계 사회주의권의 전반적인 변화의 흐름에서 궁극적으로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위에 설때 지금이야말로 시급히 그리고 가장 현실적으로 통일을 준비해야 할 때다.

한반도 한민족의 통합,다시 말해 남북한지역의 주민을 하나의 관계구조로 묶는 작업은 결국 새국가의 국민적 정체성(national identity)을 확립하는 일이다.국민적 정체성 확립의 근간은 통일한국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새국가의 일원으로서 「우리」라는 동질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통일한국에서의 정치·사회적 갈등양태가 보통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정도로 심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더욱이 북한지역의 경우 그들이 통일 이전에 자유화 또는 다원화로의 체제변동과정을 거쳤다 하더라도 새로운 체제의 구축보다는 구체제의 파괴로부터 발생하는시련을 겪게될 가능성이 더욱 클 것이다.따라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통일을 준비하는 작업은 민족공동체를 형성하고 운영함으로써 민족발전사의 공백기간을 메워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이다.

남북한의 통일은 정치·군사적 대결에 따른 어느 일방의 승리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있는 우리민족 전체의 이해와 화합과 희생적인 협력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또 한민족 통합의 과정에서 우리는 개인적 차원에서나 국가적 차원에서 많은 고통과 희생,그리고 경제적 부담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1995-10-31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